제주시 2018년까지 30억 투입 음료-초콜릿 등 시제품 개발키로
황금빛 도료인 황칠을 품고 있는 황칠나무가 건강 기능 제품 원료 등으로 새롭게 각광받는 가운데 제주지역 민관에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옻칠 1000년’이라면 ‘황칠 1만 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황칠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인 황칠의 방부 기능은 탁월하다. 제주시는 황칠나무 산업화를 위해 올해부터 2018년까지 30억 원을 투자해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고 12일 밝혔다.
올해 사업추진단을 구성해 음료를 비롯해 국수, 분말, 초콜릿 등의 제품을 개발하고 정부가 지역성과 품질을 인정하는 지리적 표시 인증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제품 생산·가공 시스템과 관련 시설을 연차적으로 구축한 뒤 2018년에 시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황칠나무 자생지는 제주도를 비롯해 전남 보길도 등 남해안 일부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제주지역은 국내 자생 황칠나무의 70%가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 돈내코 계곡과 수악 계곡 등을 중심으로 해발 400∼600m 일대가 주요 자생지이다.
황칠은 고대 공예품의 표면을 장식하거나 왕의 갑옷이나 집기 등에 쓰였다. 조선시대 공납과 중국의 조공 요구 등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마구잡이 벌목으로 자생지가 파괴되는 운명을 겪기도 했다. 전통 황칠공예도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명맥을 잇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인공 조림이 이뤄졌다. 수요가 늘면서 지금은 100여 농가가 황칠나무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조리 및 음식용 황칠 액상을 사용하면 시들하던 회가 탱탱해지고, 생선을 굽거나 돼지고기 오리고기 등을 삶을 때 첨가하면 잡다한 냄새가 제거되는 특징도 있다. 김 대표는 “해로운 균이나 바이러스를 잡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황칠나무를 활용하면 인체나 음식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황칠나무 성분을 다른 천연 재료와 배합하면 효능이 더욱 높아지거나 다른 효과를 경험하기도 한다. 현재는 건강 기능 식품으로 개발됐지만 추가 연구를 거치면 의약품 원료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황칠나무를 원료로 한 제품이 대표적인 제주 특산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칠나무를 주제로 20여 편의 논문이 나올 정도로 연구가 상당히 진척됐다. 황칠나무 성분 가운데 방부제 역할에 주목하다 항균, 항산화에 효험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간세포를 재생하는 능력을 비롯해 당뇨, 고혈압 등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미 민간요법으로 이용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귀포시 지역 황칠나무 자생지가 무단 벌채 등으로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