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제약회사 직원이 자신의 거래처였던 병원의 의사 부부를 휘발유와 흉기로 위협하며 10억원을 요구하다 경찰에게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2일 출근과 등교를 하려고 아파트 현관 밖으로 나오던 의사 A(48)씨와 아들(18)을 흉기로 위협해 집안으로 몰아넣고 금품을 빼앗으려 한 혐의(특수강도)로 안모(34)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안 씨는 이날 오전 7시 36분경 광주 서구 모 아파트 현관 앞에서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A씨 부자를 흉기로 위협해 집안으로 몰아넣은 뒤 10억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한 혐의다. 안 씨는 저항하는 이들 부자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불을 지르려고도 했다.
안 씨는 아파트 현관문 안쪽 공간에서 A 씨와 몸싸움을 하는 사이, 부인 B(49)씨는 안 씨가 현관문을 걸어 잠그자 경찰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현관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알려줘 경찰의 신속한 진입을 도왔고 체포 당시엔 소화기를 작동하는 등 기지를 발휘했다. 안 씨는 신고를 받고 1분여 만에 출동해 안 씨를 붙잡았다.
안 씨는 제약회사 직원을 가장해 병원에 전화를 걸어 “명절선물을 보내고 싶다”고 속여 의사 부부의 집 주소를 알아냈다. 최근 2년 동안 무직으로 살아온 안씨는 최근 결혼과 잇따른 두 아이 출산에 따른 양육비 등의 부담으로 1억 원인 넘는 빚을 지고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살아가는 등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범행에 실패하면 불을 질러 자폭하려 했다”고 휘발유를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안 씨의 차량 등을 수색해 추가 범행을 계획했는지, 공범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