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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간의 자존감을 무너뜨렸다”고 꾸짖은 조현아 실형 판결

입력 | 2015-02-13 00:00:00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어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뉴욕 공항에서 인천행 대한항공 항공기 1등석에 탑승했던 그는 승무원의 기내 서비스 잘못을 이유로 이미 출발한 항공기를 후진시키고 책임자인 항공기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가 항공보안법 등의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항공기가 일단 문을 닫고 출발한 때부터 운항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조 전 부사장의 지시로 이뤄진 회항에 대해 항공기 항로변경죄를 적용했다. 항로변경죄의 법정형은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중형에 해당한다. 해당 항공기는 공항의 탑승 게이트를 떠난 뒤 지상 활주로를 따라 17m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공기가 이동한 거리와는 상관없이 권한이 없는 사람에 의한 여객기 항로 변경은 탑승객들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법원은 이번 사건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조직이 한 사람을 희생시키려 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심이 있었거나 직원을 노예처럼 여기지 않았다면, 타인에 대한 의식이 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소유주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경력도 없이, 능력 검증도 제대로 받지 않고 임원이 된 재벌 3, 4세들의 안하무인적 행동을 준엄하게 꾸짖은 판결이다.

조 전 부사장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여러 차례 “반성한다”고 말하고 눈물을 흘리기는 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승무원의 서비스는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행동”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법원은 “매뉴얼 위반을 사건의 발단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등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국토교통부의 1차 조사를 받은 직후에도 “내가 뭘 잘못했느냐, 사무장이 잘못했으니 오히려 나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비난을 샀다.

그는 자신의 회항 지시로 엄한 처벌과 여론의 지탄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을 수 있다. 초고속으로 승진한 재벌가 자녀들은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얼마나 큰 파장을 낳을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험이나 자질 부족 때문일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재판부가 언도한 징역 1년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뼛속 깊이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건을 소유주 집안과 임직원 관계를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