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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근로자 둔갑 부정 입학… 교수-미용학원 짜고 ‘학위장사’

입력 | 2015-02-13 03:00:00

대학 ‘계약학과’ 악용 19명 입건




2011년 윤모 씨(20·여)는 서울 강남구의 한 미용학원에 등록했다. 원장 김모 씨(45·여)는 학원 수업만 들으면 별다른 시험 없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얘기했다. 윤 씨는 의심 없이 수백만 원을 내며 학원 수강을 했고 3년간 학원비로 3000만 원을 썼다. 마침내 서울 A대학 미용 관련 학과에 입학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강의실에는 기본적인 수업재료도 부족했다. 미용업체가 등록금 절반을 지원한다는 것도 사실과 달랐다. 결국 윤 씨는 입학 두 달여 만에 대학을 그만뒀다.

산업체 근로자만 입학하는 ‘계약학과’ 제도를 악용해 학생 수십 명을 대학에 부정 입학시킨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A대학 미용 관련 학과 유모 교수(44·여)를 비롯해 미용학원, 미용업체 관계자 등 1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유 씨 등은 2013∼2014년도 미용 관련 계약학과가 개설된 2개 대학에 학생 45명을 근로자로 둔갑시켜 입학시킨 혐의다. 계약학과는 근로자 재교육을 위해 산업체와 대학이 계약을 하고 학과를 개설한 뒤 소속 근로자를 가르치는 제도다.

초빙교수였던 유 씨는 정교수 자리를 얻고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계획했다. 김 씨 등 학원장 3명은 대학에 보내준다는 명목으로 부당한 과목을 수강하게 하고 대학에 간 뒤에도 수업을 듣게 하는 식으로 총 1억7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박모 씨(55·여) 등 미용업체 사장 13명은 수강생들에게 가짜 재직증명서를 발급해주고 무임금으로 미용실 전단 배포, 청소 등 허드렛일을 시켰다. 학생들은 근로계약이 해지되면 대학에서 제적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