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선고. 사진=동아일보DB
조현아 선고, 오성우 부장판사
‘땅콩 회항’ 사건으로 세간의 비난을 받아 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2일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고 박창진 사무장(44) 등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이같이 판결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여모 상무(58)에게는 증거인멸 및 은닉교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국토교통부 김모 조사관(55)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았고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초범이고 우발적 행동이었으며 비행기 안전 피해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점, 두 아이의 엄마이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대한항공 측이 피해자들의 정상 근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성우 부장판사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무너뜨린 사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심이 있었다면, 승객을 비롯한 타인에 대한 공공의식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며 양형 이유를 말하기 시작하자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있던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몸이 살짝 기울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 뒤에 서 있던 변호사 1명은 천장을 바라봤다. 오성우 부장판사는 계속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44), 승무원 김모 씨(28)로부터 아직 용서받지 못했다”며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어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다”고 말하자 고개 숙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눈에선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항공보안법상 ‘항로’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였다. 공항 램프지역에서의 지상 이동도 항로 변경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무거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적용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이 부분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왔다. 항공기항로변경죄는 최하 징역 1년에서 최고 징역 10년까지 처할 수 있는 무거운 범죄 행위다.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항로는 운항 중인 항공기가 이륙 전, 착륙 후 지상으로 이동하는 상태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했다. 미국 뉴욕 JFK 공항 게이트를 잠시 벗어났다 돌아온 ‘램프 리턴’은 이륙하기 전이라 해도 항로 변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오성우 부장판사는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지난해 8월에는 강용석 전 국회의원(46)의 아나운서 비하 발언 사건에서 “‘트러블메이커’로 이미 사회적 감옥에 수감됐다”고 꼬집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최장 기간 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집행부에 무죄를 선고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공판 과정에서 비행기가 되돌아간 구간은 주차장에 해당하는 주기장으로 항로가 아니며, 이동 구간도 약 17m 앞뒤로 움직인 것에 불과해 항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폭행 사실도 인정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일등석 서비스 매뉴얼을 빌미로 폭언과 폭행을 했으며, 이 때문에 기내 안전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박 사무장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에게 내린 지시는 기장에게 위력을 행사한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기장이 책임을 지기 때문에 최종 판단은 기장의 몫이라 조 전 부사장의 책임이 낮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램프 리턴의 모든 책임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져야 한다는 뜻이다.
조현아 선고, 오성우 부장판사.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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