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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연수]알뜰주유소는 反시장인가

입력 | 2015-02-14 03:00:00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주유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주유소라고 한다. 세금으로 유류비를 지원받는 국회의원 차량이 주로 이용하다 보니 굳이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생수 같은 서비스는 풍성하다. 운전대를 쥔 기사님들을 위해서다. 요즘은 ‘국고 낭비’라는 비난 여론 때문인지 값을 좀 내렸다지만 국고 지원 받을 일 없는 보통시민은 L당 100원만 싸도 먼 길을 돌아간다.

▷정부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알뜰주유소’가 한동안 주변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싸 인기를 끌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하면서 정부가 석유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2011년 시작해 지금은 전국에 1134개다. 하지만 최근 기름값이 떨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알뜰주유소도 창업보다 폐업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엔 1만2400여 개의 주유소가 있는데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기름 사용량이 한국과 비슷한 영국은 주유소가 총 9000여 개다.

▷최근 한국주유소협회가 “한국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은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석유공사는 여러 정유업체로부터 입찰을 받아 싼 가격에 기름을 대량 구매한 뒤 마진도 거의 없이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일부 주유소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불공정 거래라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알뜰주유소는 사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민간기업들과 경쟁한다는 점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정책이다. 정부는 경쟁력이 생기면 석유공사의 사업을 민간에 넘긴다고 했지만 아직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 세금으로 알뜰주유소 이용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반(反)시장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가 전체 시장의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는 측면도 있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다.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가 난감한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그냥 가져갈 방침이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