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혁명/노구치 유키오 지음/김정환 옮김/280쪽·1만6000원/한스미디어
비트코인 전문업체 코인플러그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설치한 국내 첫 비트코인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휴대전화에 있는 QR코드를 ATM 화면에 스캔해 비트코인을 팔면 즉시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이다. 동아일보DB
와글와글 사람들이 모일 만했다. 강연회 전후 한 달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약 20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으로 5배 넘게 올랐으니. 당시 TV 뉴스와 신문도 앞다퉈 비트코인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또 온라인 거래소에선 은행계좌만 연동시키면 누구나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었다. 나라에서 권장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법도 아닌 온라인 도박장이 열린 셈이었다.
사실 원화, 달러화 같은 국가공인 화폐도 비트코인처럼 대부분 디지털 숫자로서만 존재하는 가상 화폐다. 관리하는 주체가 국가냐 컴퓨터 알고리즘이냐, 저장되는 장소가 은행 계좌냐 비트코인 지갑일 뿐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노구치 교수가 지적하는 바도 바로 이 점이다. 화폐는 더이상 금이나 은 같은 실물이 아니라 장부에 쓰인 숫자들, 즉 ‘정보’에 불과할 뿐인데, 아직도 은행 등 각종 금융기관과 시민들, 그리고 정부의 인식은 금화와 은화 등 현물 화폐를 쓰던 관습에 상당 부분 붙들려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비즈니스에선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있는데도 세금은 국가 단위로 따로 걷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 1∼2년 동안의 비트코인 거품은 경제학자와 금융권 관계자들을 긴장시켰을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경제 지식도 높여줬다. 기자도 비트코인 투자에서 수십만 원을 잃었지만(비트코인 하나는 손해를 보고 팔았고 하나는 암호 키를 잃어버려 찾을 수 없게 됐다) 그 대신 화폐에 대한 지식이 늘었으니 현장 수업료를 치른 셈이라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