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1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SK를 70-60으로 따돌리고 KBL 사령탑 최초로 개인 통산 500승을 달성한 뒤 기념 피규어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울산|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minani84
■ 역대 프로농구 감독 최초 500승 기록
모비스 구단, SK전 승리 후 축하행사 열어
500승 기념 선물 증정에 영상 메시지까지
윌리엄스·던스톤 역대 용병들도 감사인사
한국 프로농구 역사상 최고 명장으로 손꼽히는 유재학(52·모비스) 감독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모비스는 1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에서 SK를 맞아 70-60으로 승리했다. 유 감독은 이로써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500승을 기록한 사령탑에 이름을 올리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1998∼1999시즌 대우 제우스(현 전자랜드)에서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유 감독은 17시즌 동안 ‘감독’ 자리를 지켜왔다. 500승 기록은 꾸준함의 결실이자 리그의 역사다. 유 감독은 자신의 500승에 대해 “오래하면 이뤄질 수 있는 성과”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200, 300승을 할 때만해도 부끄러웠다. 승률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모비스에서 성적이 좋은 시즌이 많아지면서 승률도 비로소 5할을 넘겼다. 그래서 승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500승 대기록에 대한 소감도 간결하고 겸손했다. 그는 “나는 운 좋은 남자다”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유 감독은 모비스에서 11시즌 동안 350승(237패)을 거뒀지만, 마냥 좋은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SK빅스(현 전자랜드)를 이끌던 1999∼2000시즌에는 15승30패에 그치며 최하위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용병 1명이 다치면서 전력에 타격을 입었다. 그 때 감독이 아무리 좋은 전략을 준비하더라도 선수가 좋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 500승은 그동안 함께 했던 좋은 선수들 덕분에 이룬 결과다”라고 말했다.
● 윌리엄스·던스톤 메시지에 유 감독도 ‘울컥’
모비스 구단은 경기 후 유 감독의 500승 달성을 기념하는 축하행사를 준비했다. 숫자 500이 박힌 기념 유니폼과 함께 유 감독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피규어를 선물했다. 구단의 선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거 모비스에서 유 감독과 함께한 선수들의 영상 메시지를 준비한 것이다. 특히 2006∼2007시즌 통합 우승의 주역 크리스 윌리엄스(35·은퇴)와 2009∼2010시즌 통합우승에 기여한 브라이언 던스톤(29·올림피아코스)의 모습이 비춰지자 동천체육관을 찾은 팬들은 반가움의 환호성을 질렀다. 윌리엄스는 “함께 한 감독 중 유 감독님이 최고였다. 앞으로 더 많은 기록을 세우길 기원한다”고 찬사를 보냈고, 던스톤은 “유 감독님을 만난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모습이 반갑기는 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랫동안 감독을 하면서 수많은 용병들과 함께 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윌리엄스와 던스톤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울컥하더라. 내가 윌리엄스와 던스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울산|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