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두 전시
‘불협화음의 하모니’전에 참여한 일본 작가 지바 마사야의 유채화 ‘거북이의 삶 #4 당신은 저주받지 않았다’(2013년). 아트선재센터 제공
색면(色面) 추상 회화를 연상시키는 큼직한 네모꼴 두 개가 떡하니 앉아 속삭인다. ‘어이 거기. 들어올 테면 들어와 봐. 단, 상냥한 안내 같은 건 기대하지 말고.’ 퉁명스럽고 불친절하지만 흥미롭다. 몇 번 클릭과 스크롤을 이어가다 보면 딱히 새로운 구성이 보이지 않는데도 기분이 괜찮아진다. 군더더기 없는 텍스트가 이음매 깨끗한 디자인을 입었다.
3월 29일까지 두 전시가 한 전시인 듯 뒤얽혀 열린다. 1, 3층 ‘불협화음의 하모니’ 기획전과 2층 ‘히만 청: 절대 지루할 틈 없는’ 개인전이다. 두 전시 모두 웹페이지 이상 불친절하다. ‘아시아’라는 국제사회 용어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는 기획 의도는 실체가 희뿌옇다. 싱가포르 작가 히만 청의 전시를 둘러보다가는 기둥 밑 직원에게 “혹시 일찌감치 작품 철수 시작했나” 물을 뻔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가의 텍스트가 길 찾기의 단서를 던진다. “중년의 위기를 맞은 비영리 미술공간에 대한 소설을 쓰듯 구성한 전시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농담을 던지고 각종 고정관념과 지저분한 비방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찬. 한 공간이 매일 아침 일어나 양심의 가책, 무력, 절망, 비관에 휩싸인다. 스스로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점점 더 깊은 후회를 하는 공간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