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연쇄 총격테러]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인 유럽
프랑수아 지므레 덴마크 주재 프랑스 대사가 파리 테러(지난달 7일)를 상기시키며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자 오늘 행사에 참석해준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마치고 다음 연사에게 마이크를 막 넘겨주려던 순간 갑자기 ‘다다다다’ 하는 총성과 함께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들었다. 참석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렸다.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므레 대사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리창이 깨지면서 밖에서 자동소총이 40∼50발 연속으로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며 “총격은 20초간 계속됐는데 이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만약 범인이 실내로 난입했다면 피해는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는 유리로 돼 있어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이날 행사에는 2005년 스웨덴 언론에 처음으로 무함마드 만평을 게재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오랜 테러 표적이었던 스웨덴 예술가 라르스 빌크스 씨(69)가 토론자에 끼어 있었다.
총성이 터지자 덴마크 경찰은 빌크스 씨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카페 옆방으로 피신시켰다. 경찰과 괴한 간의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카페 밖에 서 있던 55세 남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 또 빌크스 씨의 경호 임무를 맡았던 덴마크 정보기관(PET) 소속 경찰 3명이 어깨와 다리 등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이들은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경찰이 응사를 시작하고 난 몇 분 뒤 범인은 폴크스바겐 폴로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이 같은 총격이 끝나자 행사를 재개한 뒤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덴마크 경찰은 사건 초기 범인을 2명으로 추정했다가 1명으로 수정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용의자 사진을 배포했다. 25∼30세 아랍인으로 보이는 용의자는 키 185cm가량의 건장한 체격에 90∼100cm 길이의 검은색 기관총 또는 자동소총을 들고 복면, 모자, 털조끼를 착용했으며 검은색 가방을 메고 있었다.
현지 유대인 단체인 북유럽유대인안전협회(NJSC)는 총격 당시 회당 안에서 유대교 성인식(바르 미츠바)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회당 출입 통제를 담당하던 유대인 단 우잔 씨(37)가 희생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시 4시간 뒤인 15일 오전 5시 1차 총격이 있었던 카페에서 멀지 않은 도심 다문화 지역 뇌레브로 기차역에서 용의자가 사살됐다. 덴마크 경찰은 “뇌레브로 역에서 검문을 하던 중 한 남성을 불러 세우자 그가 경찰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해 경찰도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보당국은 용의자가 “아랍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코펜하겐 출신”이라며 “시리아나 이라크 출국 흔적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lone wolf)’일 수도 있지만 이슬람국가(IS) 훈련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와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덴마크 출신 친이슬람 청년 100여 명이 IS에서 훈련을 받고 귀국해 덴마크가 테러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덴마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IS 공습에 전투기까지 파견하는 등 북유럽 국가 중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또 일간지 윌란포스텐 등 이슬람권을 자극하는 언론도 다수 존재한다. 2005년에도 이 신문이 무함마드가 머리에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른 모습을 묘사한 만평을 싣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이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