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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죽었던 공기업 배구단, 봄기지개 펴나

입력 | 2015-02-16 03:00:00

여자부 우승 경험 없는 도로공사 승점 6 차이 여유있게 선두 질주…
男꼴찌 단골 한국전력도 2위 넘봐




프로배구 공사(公社) 남매가 ‘밸런타인데이 반란’에 성공했다. 여자부 도로공사는 ‘정규시즌 우승 톨게이트’가 코앞이고, 남자부 한국전력 역시 사상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필요한 승점을 한껏 충전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진달래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코트를 떠나야 했던 두 팀이지만 올해는 ‘봄 배구’ 주인공이 되기를 꿈꾼다.

도로공사(승점 52점)는 14일 열린 1, 2위 맞대결에서 현대건설(승점 46점)을 3-1로 꺾고 승점 차를 6으로 벌렸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은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최근 10경기에서 9승 1패를 거둔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KT&G(현 인삼공사), 흥국생명, 기업은행을 거쳐 올 시즌부터 도로공사에서 뛰는 세터 이효희(35)는 “가는 팀마다 우승을 차지한 기분 좋은 징크스를 도로공사에서도 꼭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여자부 6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 경험이 없다. 프로 원년(2005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이효희가 이끌던 KT&G에 무릎을 꿇었다. 그 뒤로도 스타급 선수들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만 얻으면 팀을 떠나 상위권으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선수가 원하는 만큼 몸값을 올려주기 힘든 공기업의 한계 때문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도로공사 배구단은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지난해 5월에는 3억8000만 원을 들여 FA 시장에서 이효희(2억 원)와 센터 정대영(31·1억8000만 원)을 영입하며 전력도 강화했다. 단지 돈만 많이 준 게 아니었다. ‘워킹맘’ 정대영에게는 훈련 때 아이를 사내 보육시설에 맡겨둘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도로공사 이태관 사무국장은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려 노력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역시 어느덧 연패보다 연승이 어울리는 팀이 됐다. 9연승을 내달린 3위 한국전력(53점)은 4위 대한항공(43점)보다 2위 OK저축은행(58점)과의 승점 차가 적다. 한국전력 역시 경기 의왕시 훈련장에 선수 회복실을 마련하는 등 시설 개선에 힘쓰는 한편 두둑한 승리 수당으로 선수들 사기도 살려주고 있다.

한국전력 전광인(24)은 “사실 무릎 뼈에 멍이 들어 통증이 있다. 그래도 이기니까 정신적 피로는 덜하다”며 “이기는 맛을 계속 보니까 선수들 눈빛이 다들 바뀌는 것 같다. 봄 배구 때도 계속 이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아산 경기에서는 LIG손해보험이 안방 팀 우리카드를 3-0(25-22, 25-21, 25-16)으로 꺾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