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독일의 유명 전자음악가 발레리 트레벨야르(41·Valerie Trebeljahr)와 그의 밴드 ‘랄리 푸나’가 13일 부산, 14일 서울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랄리 푸나는 ‘부산에서 온 랄리’란 뜻이다. ‘랄리’는 리더인 발레리의 애칭. ‘푸나’는 그의 남편이자 팀 멤버인 마르쿠스 아헤르(Markus Acher)가 부인의 고향 ‘부산’의 발음을 잘못 알아들은 게 굳어졌다.
이번 콘서트는 랄리 푸나가 지난해 12월 한국 전자음악 밴드 ‘트램폴린’(차효선 김나은)과 노래 ‘머쉰즈 아 휴먼’(QR코드) ‘메리 멀룬’을 함께 만들어 발표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지난달 독일 3개 도시(프랑크푸르트, 베를린, 함부르크)와 이달 일본 도쿄에서 연 합동 순회공연의 마지막 무대였다. 트램폴린의 소속사 파스텔뮤직이 랄리 푸나의 음반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한 게 합작의 인연이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 젊은 뮤지션 글로벌 교류 지원 사업’도 보탬이 됐다.
부산 공연(클럽 인터플레이)이 끝난 뒤, 트레벨야르는 자갈치시장에 들러 산낙지를 먹었다. 다음엔 ‘엄마의 고향’이 마냥 궁금한 여덟 살 아들, 세 살 딸을 데리고 꼭 가족여행을 오고 싶다고 했다.
서울 공연(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앙코르 때 트레벨야르와 동료들은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신비로운 곡 ‘페이킹 더 북스’(2004년)가 시작되자 관객들이 일제히 휴대전화 손전등 기능으로 무대를 비춘 것이다. 트레벨야르는 노래 중간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이 장면을 촬영했다. 빛의 바다가 돼버린 고국의 객석을 바라보는 트레벨야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반짝. 그의 눈동자도 한 순간 별이 됐다. 그의 기억에 고향의 정경 하나가 추가됐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