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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 간 딸이…” 中유학생, 임신 중절 수술 후 의식불명

입력 | 2015-02-16 21:58:00


중국 난징(南京)에 사는 중국인 오모 씨(55) 부부는 현재 한 달 가까이 서울 종로구 한 대학병원 환자대기실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지난달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외동딸(25·여) 때문이다. 한 달 새 쌓인 병원비만 6000여만 원. 그러나 오 씨 부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병원비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딸의 미래였다.

오 씨 부부의 딸이 한국에 유학온 건 2011년. 애초 지방 소재 한 대학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던 그는 이듬해 서울의 한 대학으로 옮겼다. 오 씨 부부에게 그는 ‘늘 착하고 노력하는 딸’이었다.

딸이 같은 대학 동갑내기인 한국인 남자친구를 만난 건 지난해. 교제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임신 사실을 안 그는 지난달 19일 중절수술을 받으러 서울 종로구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임신 3개월 째였다. 수술을 마치고 약 1시간 뒤 회복실에 있던 오 씨 딸의 호흡이 멈추고 뇌압이 상승했다. 급하게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한 달 가까이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타국에서 전해진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오 씨 부부는 나흘 뒤 한국으로 들어왔다. 해당 산부인과에 배상을 요구했지만 책임이 없다며 치료비를 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오 씨는 아는 선교사 등의 소개로 변호사를 선임했고 이달 3일 수술을 집도한 병원 원장과 간호사 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소했다.

오 씨 부부와 병원 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오 씨 측은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포도당을 너무 빨리 투여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측은 “포도당 투여가 빨랐다고 문제가 되는 건 의학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과실을 부인하고 있다. 병원 측은 “수술 자체도 중절이 아닌 ‘계류 유산’(배 속의 태아가 이미 사망한 뒤 자궁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경우)이었으며 해당 내용을 미리 오 씨의 딸과 남자친구에게 알렸다”고 해명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달 7일 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과 폐쇄회로(CC)TV 등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 명절이 지나고 병원 원장 등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병원에서 만난 오 씨의 아내 서모 씨(48·여)는 “딸이 지난달 방학을 맞아 집으로 잠시 돌아올 계획이었다”며 “시점 상 수술을 마치고 돌아오려 했던 모양”이라며 오열했다.

윤수민 기자 soom@donga.com·강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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