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강화로 개인투자자 이탈… 거래량 3년새 80% 이상 감소 세계 1위서 10위권 밖으로 밀려… 2016년 양도세 부과땐 빈사상태 우려
‘개미들의 증시 막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분별했던 개인들의 투기 행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 건전성이 일정 부분 개선됐지만 너무 강한 규제로 거래가 ‘원천봉쇄’되면서 시장 전체가 위축됐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는 파생상품에 양도소득세까지 부과돼 시장이 빈사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개인 진입길 막힌 파생상품 시장
하지만 2012년 740만 건으로 반 토막 난 거래량은 해마다 빠르게 줄었다. 올해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일 현재 286만 건으로 2011년보다 82%나 감소했다. 거래금액으로도 2011년 하루 평균 66조2986억 원에서 올해 37조9643억 원으로 43% 급감했다. 한국 파생상품 거래량 순위는 지난해 세계 11위로 주저앉았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컸다. 파생상품 거래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5.6%에서 지난해 18.2%로 줄었다. 시장이 위축되자 증권업계에서도 고소득군으로 꼽히던 파생상품 중개업자, 영업담당자가 대거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 2년간 증권사에서 6200여 명이 구조조정된 가운데 파생상품 관련 직종 종사자는 3분의 2 이상이 퇴출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장 마감 직전에 대규모 옵션을 거래하며 증시를 뒤흔든 2010년의 ‘11·11 옵션쇼크’ 등을 거치면서 정부가 개인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각종 규제를 쏟아낸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는 2009년 외환차익거래 증거금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2년 파생상품 중 거래가 가장 많은 ‘코스피200옵션’의 거래단위를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렸다. 지난해 말부터는 개인투자자가 신규로 단순 선물거래만 해도 3000만 원 이상의 예탁금을 내고 사전교육 30시간, 모의거래 50시간을 받도록 했다.
○ “파생시장 위축 증시 전체 타격”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개인투자자에게 코스피200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매매차익에 양도세를 물리기로 했다. 세율은 내년 10%를 시작으로 점차 20%까지 높일 예정이다.
세 부담으로 거래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거래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세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전 해에 파생상품 거래로 3000만 원의 손해를 보고 올해 1000만 원의 이익을 봐 전체적으로 손실이 났더라도 1000만 원에 대해선 양도세를 내야 한다. 황 실장은 “이익이 나면 무조건 세금을 내고 손해를 보면 각자 책임져야 한다”며 “다른 나라처럼 기간별로 손익을 통틀어 과세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말했다.
양도세를 물리는 파생상품과 달리 주식에는 0.3%의 거래세가 부과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물 주식시장의 가격 하락에 대비해 헤지 차원에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은데 주식은 손해가 나도 무조건 거래세를 내고, 파생상품은 이익이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양도세를 내야 하니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전병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시장이 위축되면 정부가 기대하는 세수 효과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파생상품 ::
주식 채권 통화 등의 기초자산을 토대로 자산가격 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헤지 기회’를 제공하거나 소액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지렛대 효과)’를 위해 개발된 금융상품. 1996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으며 여러 상품 중 주가지수 옵션상품인 ‘코스피200옵션’의 거래가 가장 많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