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전쟁’으로 확전 조짐 콥트교를 이슬람 박해 십자군 간주… “빈라덴 수장에 대한 복수” 주장 “지중해 건너 로마 정복” 위협도
지난해 6월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후 서방 인질들을 잇달아 참수하는 잔혹함을 보여준 이슬람국가(IS)가 이번에 이집트인 21명을 집단 참수한 것은 여러모로 이전과는 다른 행태여서 긴장감을 확대시키고 있다.
우선 이번 참수는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예전의 참수와 다르다. IS는 그동안 주로 서방 언론인들이나 구호활동가를 납치 처형하면서 철군(撤軍)과 같은 정치적 요구를 해왔으나 이번에는 그리스도교 분파인 콥트교도를 처형한다고 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본산을 둔 콥트교 측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우리 조국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혀 IS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향후 IS와의 전쟁이 종교전쟁으로 비화할 개연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존 동영상에서는 사막이나 폐허가 된 시가지가 배경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리비아 북부 지중해 해안이 등장했다. 이들은 참수한 뒤 인질의 피로 붉게 물든 바닷물을 보여주었는데 동영상에 등장한 IS 조직원은 미군의 오사마 빈라덴 사살과 연결지어 의미를 부여했다. 즉 서방이 빈라덴을 사살한 뒤 시신을 바다에 수장한 점을 들어 인질들의 피를 같은 바다에 섞는다는 주장이다. 서방이 했던 것처럼 그대로 되갚는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번 처형에는 IS와 IS의 모체인 알카에다 현 지도부 간 갈등이 내재돼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IS는 자신들이 발행하는 영문 잡지 다비크 최신호에서 “빈라덴의 후계자인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빈라덴과는 다르게 콥트교를 변호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어 “알자와히리는 거악(巨惡)인 미국과 싸우는 데에만 바빠 콥트교도와의 전쟁에 개입하고 싶지 않아 했다. 심지어 콥트교도가 평화와 안정 속에서 공존하고 싶은 우리의 협력자라고까지 말했다”면서 “그의 입장과 달리 IS는 콥트교도가 이집트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려는 여성을 박해한 만큼 복수하기 위해 이들을 참수한다”고 했다.
참수 장소가 리비아 북부 해안이라는 점도 이집트와 이탈리아에 대한 정치·종교적 위협으로 해석된다. IS는 동영상에서 이 해안이 이탈리아 남부와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다는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 로마를 정복하겠다”고까지 위협했다. 기독교의 일파인 콥트교도를 살해하는 방식으로 기독교 본산인 로마를 겨냥함으로써 전선(戰線)을 기독교 전체로 확대하려는 의도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방의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이번 처형을 한 주체가 IS에 충성하는 리비아 내 직계 조직이라는 점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참수 테러를 한 당사자들도 모두 리비아인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까지 IS가 공개한 처형은 시리아나 이라크에 걸쳐 있는 이른바 IS 영토 내에서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다른 지역(리비아)에서 행해졌다. 지금까지는 IS에 충성하는 조직이 있더라도 관계가 비교적 느슨하다고 보았는데 생각보다 결속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전했다.
한편 IS는 14일 철창에 갇힌 이라크 쿠르드 민병대원 17명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외신은 이들이 3일 화형된 요르단 조종사 무아스 알 카사스베흐 중위와 같은 방식인 화형으로 처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동영상에서 철창 주변에는 검은색 의상을 입은 IS 대원들이 지하드 깃발을 흔들거나 AK-47 소총을 보여주면서 인질들을 위협했다.
:: 콥트교 ::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토착 기독교 교파로 전체 인구(8500만 명)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콥트교를 제외한 대부분 이집트인은 이슬람 수니파다. 콥트는 ‘이집트’란 뜻의 아랍어. 사도 바울과 전도 여행을 했던 예수의 제자 마가가 알렉산드리아에 교회를 세운 이후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했다. 예수의 인성을 믿지 않고 신성만을 믿는다는 점에서 단성설을 신봉한다. 수장은 알렉산드리아에 본산을 둔 교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