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달라진 新풍속] 최장 9일 연휴에 엔低까지 가세… 일본 온천-동남아 휴양 여행 늘어 현지 업체 차례상 서비스까지… 대형마트 제수음식 판매 224%↑
명절 연휴를 휴가처럼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조부모와 손주세대까지 함께 해외로 떠나는 ‘3대(代) 여행족’이 늘고 있다. 명절은 가족끼리 연휴 일정을 맞추기 쉬운 데다 차례 지내는 횟수를 줄이는 등 명절 격식을 간소화하는 가정이 늘어난 이유에서다. 이들은 비행 시간이 5시간 안팎으로 짧고 온 가족이 휴양을 즐길 수 있는 동남아 지역이나, 엔화 약세로 비용 부담이 줄어든 일본 온천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16일 모두투어에 따르면 설 연휴 여행상품 예약은 지난해 설과 비교해 55.3% 늘었다. 이 가운데 전체 연령대에서 50대 이상 중년·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8.5%에서 올해는 32.9%로 증가했다. 온라인 여행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투어에도 50대 이상 부모세대와 함께 가족 패키지 상품을 예약한 이들은 지난해 설 연휴와 비교해 24% 증가했다.
주부들에게도 명절이 ‘일하는 날’에서 ‘쉬는 날’로 바뀌면서 제수음식을 사먹는 가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주부 김정수 씨(49) 가정은 2년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명절 음식의 절반 이상을 사다가 먹는다. 김 씨는 “집 근처 재래시장에서 동태전이나 산적 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사와 데워 먹고, 떡국 등만 집에서 직접 끓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사서 데워 먹는 명절 음식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인 ‘피코크’의 잡채 모둠전 산적 등 제수음식 제품은 최근 11일 동안(2월 5∼15일) 전국 매장에서 4억 원어치가 넘게 팔려 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설 4∼13일 전)과 비교하면 224.1% 증가했다. 이마트는 주부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이번 설에는 수정과와 완자 등 제품 구색을 늘렸다.
명절에 제수음식을 사먹거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차례나 제사 등을 통해 뿌리 깊은 가문의 의식을 중시하던 풍조가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족문화를 지켜 나가는 것이 현대인에게는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됐다”며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로 인해 공동체보다 개인의 삶이 중시되고, 남성들도 쉬면서 보내는 명절에 동조하면서 명절을 맞는 전반적 분위기가 달라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