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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추문에 빠진 서울대, 이래서야 세계적 대학 될 수 있나

입력 | 2015-02-17 00:00:00


서울대에서 각종 추문이 이어지고 있다. 개교 이래 처음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강석진 교수를 비롯해 교수 3명이 성추행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자연대 소속 교수 2명은 연구비 횡령 혐의로 최근 감사원에 적발됐다. 한국 최고 대학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

강 교수 사건의 충격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경영대와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경영대 교수의 경우 “지금부터 내가 너의 남자친구다” “내 애인이 됐다는 건 조상의 은덕” 같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가 지난해 총장 선거에 출마했던 교수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자에게 입맞춤을 한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횡령도 심각하다. 감사원은 연구원을 허위 등록해 2억2000만 원을 횡령한 자연대 A 교수에 대해 파면을 요구한데 이어 같은 단과대 B 교수에 대해서도 201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2억 원의 연구비를 유용한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다. B 교수는 대학원생 인건비를 부풀려 신고한 뒤 빼돌린 돈을 자신이 설립한 벤처회사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교수의 제자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지 걱정스럽다.

도덕성과 윤리의식은 대학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임에도 서울대의 반(反)지성적인 일탈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지난해 5월 성악과 교수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는 교수 사회의 파벌이라는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총장 교체기에는 교육연구지원금 명목으로 교수 1인당 500만 원씩 일괄 지급해 논란을 빚었다. 서울대의 법인화 전환 이후 처음으로 2013년 217억 원의 운영 적자를 낸 상태에서 교수들끼리 돈 잔치를 벌였다.

서울대에서 터져 나온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 교수’란 명예에 안주하면서 권력 관계를 이용한 일탈 행위에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해마다 4000억 원이 넘는 나랏돈을 받으면서 세계적 수준의 국가 인재 육성이라는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교수들 스스로 책임 의식과 윤리관을 재점검하고 감사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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