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별 헤는 밤) 그리움을 이렇게 아름답게 원고지에 담은 마음도 눈길도 따뜻할 것이다. 시대와 국경을 넘는 힐링(healing)이 담겨 있다.
▷윤동주 서거 7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국내외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그가 형무소에서 숨진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1994년부터 시 낭독회와 추도식이 해마다 열렸다. 최근엔 시비(詩碑) 건립이 일부 혐한파의 반대 속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일본인들이 윤동주 시인을 기려야만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이뤄진다”고 니시오카 겐지 후쿠오카현립대 명예교수는 최근 본보에 밝혔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