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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실버들이 당당한 사회

입력 | 2015-02-17 03:00:00


김종화 수필가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의 60대는 노인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량이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놓고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열심히 일할 나이에 그들이 지닌 경륜과 노하우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커다란 인력 손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노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하며 기다리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무위도식하며 세월을 낚고 있다. 서울 탑골공원이나 동묘에 가면 그런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 능력을 평가절하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측은하다. 100세 시대를 목전에 두고 나이를 먹었다는 핑계를 앞세우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허송세월을 해서는 안 된다. 설령 돈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재능기부도 좋고 봉사도 좋다. 자신의 재능을 사장(死藏)시키는 것보다 내 이웃을 위해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이제 70을 바라보는 내 친구 중에 실버넷뉴스 기자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실버넷은 실버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신문이다. 올해로 13년째 활동 중이다. 그는 매일 취재에 나서고 기사를 쓰면서 실버의 권익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런 그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부러운 느낌이 든다. 그만큼 사회생활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게 익숙한 길만 고집한다. 가보지 않은 길은 쉽게 가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늘어난 세월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데 있다. 그런 길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용기가 없어 도전하지 못했다면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나이에 뭐가 두렵다는 말인가. 설령 그 일에 도전해 뜻을 이루지 못하면 또 어떤가.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스스로 당당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신의 삶에 징검다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무슨 일이 되었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도전해 보는 게 남아 있는 삶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면 가장 무서운 것이 외로움이다. 그 외로움마저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감 넘치는 삶을 찾아, 젊은이들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 실버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보면 실버들이 당당한 사회,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김종화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