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살펴볼까요. 오스트리아 ‘왈츠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이탈리아 혁명을 진압한 보수파 장군 라데츠키를 찬양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썼습니다. 그의 아들인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진보파를 상징하는 프랑스 국가를 연주하다 수배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슈만의 부인이자 명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는 연주여행 후 집으로 돌아가다 바리케이드에 가로막히자 길을 막는 사람들을 호되게 꾸짖고 통과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일원으로 ‘2등 시민’ 취급을 받던 체코인들에게 혁명의 열기는 한층 높았습니다.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 스메타나는 프라하의 카를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일에 가담했습니다. 혁명이 좌절된 뒤 그는 급진파로 찍혀 설 자리가 없어졌고 스웨덴의 예테보리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했습니다. 오늘날엔 그의 동상이 카를 다리 옆에 서 있습니다.
정치적 지형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작곡가들의 삶에 뚜렷한 선을 그은 혁명. 그 기폭제가 되었던 프랑스 파리의 2월혁명이 1848년 2월 22∼24일 일어났습니다. 이맘때면 바그너나 스메타나의 명선율을 듣고 싶어지는 이유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