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5일만에 100만 관객 돌파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서 열연 오·달·수
배우 오달수는 주연보다 더 주목받을 때가 많다. 주연 욕심도 당연히 나지 않을까. “에이, 영화의 중심을 아무나 하나요. 그만한 배포가 있어야죠. 그리고 연기할 땐 주·조연 없어요. 모두가 각자 역할에서 주인공입니다. 인생도 그렇잖아요.”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연달아 작품을 선보인다.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아닌가.
“체력이 부칠 때도 있다. 연기란 게 쏟아붓는 일이니까. 아직 마실 수 있어 다행이다, 허허. 역할에 깊이 빠지는 성향이 아니라 다작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추송웅 선생님은 ‘전생에 뭔 죄를 지어 피터(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를 떠나보내게 됐나’라고 하셨다. 그 정도로 몰입한 적이 없었나 보다. 연극은 가끔 빠져나오기 힘들다.”
“배우에게 연극은 밥이다. 안 먹고 살 순 없다. 영화는 19세기 말 발명된 매체지만, 연극은 인류 초기부터 이어졌다. 본능 같은 거라 할까. 물론 힘들다. 영화는 한 신 찍고 쉬기라도 하지. 연극은 영혼이 빠져나간다. 그래도 막을 올리면 안식을 얻는다. 무대에서 주고받는 호흡, 관객과의 교감은 배우에게 모든 것이다.”
―영화에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김명민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어 두 번째다. 안 맞았다면 다시 찍질 않았겠지. 내 연기 인생에서 손에 꼽을 배우다. 최고는 송강호 형 아닐까. 일곱 편을 함께 찍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눈빛만 봐도 안다. 그런데도 ‘변호인’ 때는 많이 놀랐다. 뭔가를 뛰어넘어 버렸다. 그렇게 친한데도 몰입할 땐 근처에 가지도 못하겠더라.”
―본인도 연기의 달인 아닌가.
―버틴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나.
“목적을 갖고 버티면 거의 실패하더라. 유명해져야지, 돈 벌어야지 하면 맘대로 안 된다. 연기 자체만 봐야 한다. 서른일곱에 ‘올드보이’ 찍고 겨우 얼굴도장 찍었다. 그때까지 어떻게 살았겠나. 최근 영화 ‘쎄시봉’에 나온 조복래(송창식 역)한테도 그랬다. 조급해 마라. 버티면 기회는 온다. 아버지도 살아계셨으면 이젠 맘 좀 놓으셨을 텐데….”
―영화 ‘국제시장’ 보셨으면 좋았겠다.
“크으…, 장난 아니었겠지. (잠깐 허공을 보더니) 당신 세대 얘기니 더 반가워하셨을 텐데. 윤제균 감독부터 배우들 모두 그랬지만, 아버지 생각 많이 났다. 학교 선생님이셨다. 자식 연기하는 극장 꼴 보기 싫어 퇴근 때마다 빙 둘러서 돌아가셨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기죽지 마라며 술값 찔러 주는 건 아버지였다.”
“그런 숫자는 배우에게 독과 같다. 한 번 재밌게 웃을 뿐, 절대 맘에 둬선 안 된다. 그냥 영화를 많이 찍은 거다. 영화계 식구들이 자주 찾아준 게 고마울 뿐이다. 맘에 남는 건 흥행작이 아니다. 오히려 ‘구타유발자들’처럼 안타까운 작품이 눈에 밟힌다. 연기하면서 행복했고, 원신연 감독도 고생 많았는데….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다. 아, 공포물은 안 된다. 무서우면 아예 시나리오 자체를 읽질 못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