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9시 반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센트럴시티 1층. 개장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지만,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한식뷔페 ‘올반’의 대기 고객 숫자는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먹으러 온 20~40대 여성들이 상당수였다. 이 매장의 평일 점심식사 예약은 벌써 올해 6월분까지 마감됐다. 올반 관계자는 “콩과 쌀, 장(醬), 채소 등 한식의 핵심 식재료를 이용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시장 포화로 고심하던 외식업체들이 한식뷔페 시장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CJ그룹과 신세계그룹, 이랜드 등 대기업 외식 계열사가 일제히 한식 뷔페 시장에 진출한 데에 이어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중소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식뷔페는 비싸고 양이 많다는 등의 불만을 들어온 기존 한정식의 ‘거품’을 빼고 ‘집밥’ 콘셉트의 한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성인 1인당 가격은 대부분 점심은 1만 원 대, 저녁은 2만 원대다. 특히 ‘건강족’들을 겨냥해 제철 식재료와 지역별 특산물을 쓴 100여 종의 음식을 뷔페식으로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 한식뷔페 시장은 CJ그룹과 이랜드가 주도했다. CJ 계열의 CJ푸드빌은 2013년 7월 경기 성남시 판교 신도시에 ‘계절밥상’ 1호점을 열었다. 이랜드 외식사업부는 지난해 4월 ‘자연별곡’ 브랜드를 선보인 후 매장 수를 21개로 늘리며 계절밥상(7개)을 추월했다. 이에 맞서 계절밥상도 이달 17일과 27일에 각각 경기 일산시와 안양시에 잇달아 추가 매장을 연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견 외식업체들도 속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놀부는 지난해 3월 직영 한식뷔페 ‘화려한식탁 n테이블’을 선보였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한식브랜드인 ‘엠도시’(M℃)를 통해 한식 시장에 진출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답게 참숯에 구운 닭고기 등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채선당은 샤브샤브에 한식 샐러드바를 접목한 ‘채선당 플러스’ 매장 50여 개를 운영 중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시장 포화와 불황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던 외식업체들이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한식뷔페 붐이 곧 지방의 주요 도시로도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