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슈 따라잡기] [‘사드 한국배치’ 진실은]한미중 뇌관 ‘사드’가 뭐기에
미국 국방 당국자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가 뒤집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어 그 배경과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국과 ‘지속적 협의(constant discussion)’가 있다고 발언했다가 사흘 뒤인 13일 “한국과 공식 협의나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번복했다. 이틀 전(11일) 방한 중이던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 기자들에게 “양국 간 어떤 논의도 없었다”며 정면으로 부인한 뒤 벌어진 사태였다.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며칠 새 뒤바뀌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번복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미 국방부 내 강온파 대립의 결과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매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임계점’을 넘은 만큼 주한미군과 자국민 보호를 위해 사드 배치를 주장하지만 ‘비둘기파’는 대중관계를 고려해 부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다.
한국군 고위 소식통은 “올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미국 국빈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미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슈턴 카터 신임 미 국방장관이 미사일방어(MD) 체계 강화를 역설한 만큼 북한의 추가 핵과 미사일 도발 시 사드의 한국 배치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미국 MD 전력의 한국 배치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사드 배치 문제가 한중미 3국 간 최대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다른 MD 전력들도 도입돼 ‘한미일 대중(對中) MD 봉쇄망’이 구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과민반응’이라는 주장이 많다. 최종 낙하 단계의 탄도탄을 요격하는 사드는 ‘방어용 무기’일 뿐 상대국을 겨냥한 공격용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제 최첨단 요격미사일(S-400) 도입을 결정한 중국이 자국 안전을 이유로 한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사드 체계의 X밴드 탐지레이더가 자국의 탄도미사일 동향을 훤히 들여다볼 것이라는 중국의 주장도 설득력이 낮다. 사드 체계 탐지레이더의 주임무는 인공위성이 포착한 탄도미사일의 발사 관련 정보를 받아 후속 요격 및 추적하는 것이다. 이 레이더가 중국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포함한 모든 동향을 추적할 수 있는 ‘절대 무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드가 유사시 중국이 미국 본토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근거가 희박하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쏴 올리는 ICBM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고, 설령 지나가더라도 최소 고도가 1000km 이상이어서 사드 요격 범위(최대 고도 150km)를 크게 벗어난다.
하지만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최대 100∼150km 고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사드가 최적의 요격 수단으로 꼽힌다. 군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이 동해안으로 발사한 스커드 미사일와 노동 미사일은 130∼150km 고도에서 낙하했다”며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미사일로는 요격이 불가능해 사드가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