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에서 문명까지/엔리코 코엔 지음·이유 옮김/488쪽·2만3000원·청아출판사
어라. 첫 페이지에 화가 폴 세잔과 피카소의 그림이 나온다. 유전학을 다룬 과학서인데도 말이다. 다음 페이지에도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펼쳐진다. 망막에 자극이 생기면 뉴런(자극과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계 단위)을 통해 뇌에 신호가 가고 판단과 생각, 나아가 창의성이 이뤄지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영국의 식물분자 유전학자인 저자는 나아가 단세포부터 시작한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해 사회, 나아가 문화와 문명을 만드는 과정을 관통하는 ‘원리’가 무엇이냐는 의문을 던진다. 생명이 생성되고 번식하고 복잡한 문명을 탄생시키기까지, 어떻게 스스로 전환하는지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인 셈이다.
지구 위 생물이 단세포를 넘어 다세포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은 약 10억 년 전. 다세포생물은 새로운 환경과 관계를 맺을 뇌가 없었다. 진화를 겪어 신경경로를 연결해 뇌가 생기고 나서야 환경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이후 수많은 세대를 걸쳐 생식과 번식이 이뤄졌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뇌 안의 신경연결의 변형(학습)이 일어났다. 학습은 사회, 문화, 문명을 만들어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