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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국회 인사청문회의 이중 잣대

입력 | 2015-02-22 03:00:00


신영철 대법관이 17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지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표류하면서 대법관 한 자리의 공백 사태가 5일째 계속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987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의 수사검사 전력을 이유로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후보자는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검 형사2부의 막내 검사였다.

▷1987년 5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로 고문 경찰관이 (1차 수사 때 기소된 2명 외에) 3명 더 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서울지검 형사2부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차 수사에 착수했다. 박 후보자가 그해 3월 초 고문 경찰관의 추가 존재를 인지하고도 수사를 확대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게 대법관 부적격론의 요지다. 박 후보자 측은 “고문 경찰관이 3명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추가 수사계획서를 준비하던 중 3월 16일 여주지청으로 발령이 났다”고 해명했다.

▷박 군 고문치사 사건은 6월 항쟁을 촉발해 5공화국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가져왔다. 이 사건은 초기부터 국가안전기획부(지금의 국정원)를 중심으로 한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검찰총장과 서울지검장도 손발이 묶여 있었던 판에 그 책임을 말단 검사에게까지 지우는 것은 당시의 현실을 무시한 측면이 있다. 당시 주임검사였던 신창언 서울지검 형사2부장은 1994년 여야 국회의원 265명 중 219명의 동의를 얻어 헌재 재판관이 됐다.

▷당시 경찰의 고문치사와 은폐 시도에 대해 검찰이 수사권을 적절하게 행사했는지, 박 후보자가 어떤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바로 그런 논란을 객관적 근거에 의거해 따지는 자리가 인사청문회다. 국회는 병역 의혹, 부동산 의혹에 언론 압박 의혹까지 불거졌던 이완구 총리에 대해선 인사청문회와 인준표결 절차를 밟아 총리로 만들어줬다. 그런 국회가 28년 전 사건 당시 말석 검사에 대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인사청문 절차를 무시한 채 ‘고문치사 은폐 검사’라는 낙인을 찍으며 청문회조차 열지 못하겠다는 것은 이중 잣대 아닐까.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