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성공하려면
○ 장기적인 가업 승계 플랜 짜야
1905년에 설립된 몽고식품 2대 김만식 회장은 1994년 입사해 밑바닥에서부터 경험을 쌓아온 장남 김현승 씨를 2008년 공식 후계자로 발표했다. 사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정리한 것이다. 세금 부담을 고려해 지분도 단계적으로 증여했다. 김현승 대표이사 사장이 2009년 취임한 뒤 몽고식품은 전통 있는 간장 제조업체라는 외길을 잘 지켜오고 있다.
재무적인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계자를 정했다면 한 번쯤 내가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됐을 때를 가정해 상속세 등을 계산해 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재산 관리 문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수 있다는 조언이다.
후계자 선정을 마쳤다면 가업 승계를 위한 교육도 해야 한다. 적합한 후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육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회사 이야기를 듣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회사를 경험하면서 자라게 되면 자녀도 자연스레 승계를 준비하게 된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렉트로룩스 등 19개 기업을 거느린 스웨덴의 국민기업 발렌베리그룹은 ‘할아버지가 손자의 선생이 돼 지혜를 전한다’ 등 가업 승계 교육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외 근무, 부서장, 이사회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후계자에게 경영수업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업자의 은퇴 설계도 필수적이다. 창업자 중에는 사업을 물려주고 난 뒤에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 때문에 승계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가업 승계 전략과 동시에 은퇴 후에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어디서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남영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러한 계획이 없으면 사업을 물려주고 나서도 자꾸 그 사업에 관여하게 되고, 후계자가 그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는 등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가업 승계 서비스 제공하는 금융사도 많아
하나은행 글로벌컨설팅센터도 기업 승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효율적인 승계를 위한 절세 방안, 상속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 김종철 하나은행 글로벌컨설팅 차장은 “명문 장수 기업이 되려면 회사 구성원이나 주주가 바뀐다 해서 무너지면 안 된다”며 “지속 가능한 기업에 포커스를 맞춘 뒤 사전에 장기 플랜을 짜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백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