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소비현장 두 모습 “연말정산 여파로 지갑 얇아져”… 국내 소비자들 할인 쇼핑 발길 백화점 中관광객은 1년새 40%↑
대형마트 “더 싸게”… 백화점은 판다 마케팅 21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사람들이 실속형 생활용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위 사진). 움츠러든 소비심리는 설 연휴에도 회복될 기미를 찾기 힘들었다. 이에 비해 한국에 온 중국인 관광객의 씀씀이는 활기찼다. 2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신세계백화점이 중국인을 겨냥해 준비한 판다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아래 사진). 양회성 yohan@donga.com·변영욱 기자
설 연휴 3일째인 20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자유로. 법흥리 방향으로 나가려는 차들이 100m 넘게 줄을 서 있었다. 꽉 막힌 행렬은 자유로를 나와서도 이어졌다. 이들의 목적지는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웃렛 파주점. 설날(19일) 다음 날인 이날은 가족 단위 고객들로 모든 매장이 붐볐다. 인기 매장 앞에는 20∼30명씩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오전 10시에 문을 연 주차장은 2시간 만에 꽉 찼다. 봄 재킷을 산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올해엔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을 돈도 없고, 양가에 용돈을 드리고 나니 여유 자금이 부족해 아웃렛에서 쇼핑을 했다”고 말했다.
박찬우 롯데백화점 본점 영업총괄팀 매니저는 “단체 관광객뿐만 아니라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며 중국인이 지난해 춘제 때보다 40% 이상 증가했다”며 “예전보다 한국인 고객 수가 줄어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백화점 대신 아웃렛을 찾는 바람에 이번 설 연휴 아웃렛 매출은 크게 늘었다.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파주점은 20일 매출액이 개장(2012년 12월) 이후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국내 백화점 매출은 중국인 관광객이 이끌었다. 설 연휴 직전인 2∼17일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잠정치)은 작년 설을 앞둔 같은 기간에 비해 6.4% 늘었는데, 이 중 중국인 고객의 매출이 52.7%나 증가했다.
설 연휴 기간 백화점이 중국인 특수를 누리고 일부 아웃렛이 반사효과를 보긴 했지만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아직 얼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서민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와 소형 점포에서의 경기 회복 조짐은 미미했다. 연휴 기간에 만난 소비자들은 “쓸 돈이 없어 오히려 설날이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한 상인은 “내복과 아동 속옷처럼 저렴한 가격의 선물용 상품도 거의 팔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