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체감경기 꽁꽁] 백화점 매출 9.5% 늘었지만 ‘소비 가늠자’ 패션은 평균 밑돌아 선물세트 구매량도 기대 못미쳐… “택배 포장업무, 예년과 달리 한산”
○ 여전히 얼어붙은 국내 소비 심리
롯데백화점이 설 연휴를 앞둔 2월 3일부터 17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작년 설 연휴 직전의 같은 기간(1월 15∼29일)보다 9.5% 성장했다. 10% 가까이 매출이 늘기는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소비가 살아났다’고 보기 힘들다. 상품군별로 매출을 살펴보면 스포츠군이 41.9% 매출이 늘었다. 신학기를 앞두고 스포츠 브랜드들의 아동용 책가방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해외 고급 브랜드(20.9% 증가)와 주방식기(13.8% 증가)의 매출이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 윤달로 인해 감소했던 결혼 관련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효과다.
설 선물세트로 한정시켜 봐도 경기 회복이 시작됐다고 보기 힘들다.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6.4% 증가했다. 지난해 설 선물세트 신장률(12.2%)과 추석 선물세트 신장률(13.7%)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신장률이 작기 때문에 소비 심리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민층에서 소비 위축 더욱 극심
백화점보다 서민층의 이용이 많은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도 기대에 못 미쳤다. 설 선물세트의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5일부터 16일까지 이마트의 전체 매출액은 작년 설을 앞둔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1∼16일 매출액 역시 작년 설 연휴 전 동기에 비해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홈플러스는 5일부터 설날 다음 날인 20일까지 매출이 작년 설 연휴 전후 같은 기간에 비해 3.8% 감소했다.
올해 설날은 2월 중하순으로 늦어진 탓에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및 3월 신학기 수요와 맞물렸다. 세 가지 이벤트가 겹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명절 경기를 체감할 수 있는 선물세트 배송을 위한 택배량도 줄었다. 이마트 용산점 관계자는 “명절 연휴를 앞두고는 택배 포장을 위한 업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갔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수월하게’ 택배 업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물세트를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상품권을 구매하는 기업체 수가 줄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선물세트의 구매단가는 증가했지만 구매량은 줄었다”고 말했다. 설 선물을 사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구매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이번 설 연휴 때 만난 주부 조미주 씨(52)는 “소비를 늘릴 이유가 전혀 없지 않으냐. 쓸 돈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