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들뜬 마음 정리에 꼭 맞는 저예산 한국영화 2편 잇단 개봉
1억 원짜리 영화 ‘조류인간’ “이룰 수 없는 꿈들을 이뤘어요. 그래서 알았죠 꿈이라는 것을… 난, 새가 되고 싶어요” 카라멜 제공
삶은 비리도록 슬픈 꿈의 한 자락
“꿈을 꿨어요. 꿈에서 이룰 수 없는 많은 꿈들이 이뤄졌어요. 그래서 알았어요. 꿈이란 걸.”(‘조류인간’에서 소연의 대사)
영화 ‘조류인간’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뒤 러시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독일 함부르크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로 주목받았던 2013년 ‘배우는 배우다’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신작이다. 소규모 영화지만 김정석 소이 정한비 등 낯익은 얼굴들이 친숙함을 더했다.
눈치 빠른 관객은 금방 알아채겠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 사건의 단초가 들어있다. 실종자들은 ‘진짜로’ 새가 되려고 수술을 받았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허나 이런 판타지적 요소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왜 새가 되고 싶었을까. 아니, 그들은 왜 인간이란 틀을 벗어나고 싶었을까.
영화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안개처럼 뿌옇던 진실은 자막이 올라간 뒤에도 모호하다. 허나 원래 삶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누구나 맘속에 뭔가를 담고 살지만, 그걸 꼭 꼬집어 얘기하긴 힘들다. 어쩌면 새가 되겠다는 욕망을 좇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일지도. 그 진실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우린 새가 날아가 버린 허공을 멍하니 응시할 수밖에. 15세 이상 관람가.
5500만 원짜리 영화 ‘개: dog eat dog’ “정의? 사전에나 있는 것… 가해자의 시선이 알고 싶지, 그래서 담아냈어, 야비한 폭력의 민낯을” 어뮤즈 제공
형신(김선빈) 일당은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하는 이들. 해외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몸값을 뜯어내던 그들은 급기야 국내로 밀입국해 피해자와 가족들을 괴롭힌다. 같은 조직의 두진(박형준)도 우연히 터키 여행을 하다 새로운 먹잇감 준교(정준교)를 감금하고….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라 증거 확보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맘껏 활개치고 다니는 그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카메라에 담긴 그들의 일상은 전율스럽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의 하루는 너무 덤덤해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평범한 직장생활이라도 하듯 타인을 괴롭히고 돈을 뜯는다. 진짜 현실에서 정의란 사전에나 존재하는 단어인 것처럼. 이를 극대화시키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범죄 패거리 지훈(곽민호), 두진의 연기도 좋지만 우두머리 형신은 비열함의 화신이다. 이런 배우가 무명이라는 게 더 놀라울 정도다. 잔인한 장면은 많지 않으나 문득문득 소름이 돋아 불편할 수도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