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물고기/에바 무겐트할러 글, 그림/김현희 옮김/32쪽·1만1000원·고래뱃속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어떤 개념을 이해하게 될 때 그림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개념을 제대로 담은 그림책은 자꾸 손이 가지요. 오늘 소개할 책은 대비되는 두 가지 개념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으로 설명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첫 장면은 무대 위, 커다란 첼로 뒤에 숨은 토끼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입니다. 겁내지 말고 용기를 내라며 마음으로 응원하는 엄마 아빠 토끼도 무대 한쪽에 서 있습니다. 이 장면 아래에는 ‘겁내다-용기 내다’란 글이 있습니다. 살펴보면 이 장면의 그림 속에는 겁을 내고 있는 친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독일 작가 에바 무겐트할러의 그림 속에는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귀퉁이에 있는 작은 요소 하나에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담아놓았습니다.
처음 읽을 땐 보이지 않았던 것을 다시 펼쳐 보면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면 구석구석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할 이야기가 많은 그림책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