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그런데 벌써부터 ‘새누리당 텃밭 지키기’나 ‘김부겸 대항마 찾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우려스러운 측면이다. 대구로서는 이 선거가 국회의원 한 명을 뽑는 것보다 대구의 개방성 다양성 진취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텃밭’(집에 딸린 밭)은 정겨운 말이지만 선거와 관련해서는 왜곡된 면이 있다. 울타리나 칸막이를 쳐놓고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배타적인 의미가 강하다.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은 뒷전이고 기득권을 맹목적으로 지키려는 폐쇄적인 ‘갑질’과 다름없다.
수성갑 선거가 대구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려면 새누리당은 ‘텃밭’이나 ‘대항마’ 같은 부적절한 틀에 갇히지 않도록 하는 고민부터 필요하다. 텃밭이라는 말에 점점 거부감을 갖는 유권자도 많다.
김 전 의원도 대구가 낳은 반듯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면 그동안 한결같이 주장하는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슬로건을 뛰어넘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영남과 호남지역이 극단적인 감정으로 대결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김 전 의원의 높은 득표율은 이미 과거의 지역주의 틀이 상당히 허물어진 것을 보여준다.
‘보수’라는 표현도 텃밭 못지않게 바른 뜻을 회복해야 할 용어이다. “대구는 보수적 도시여서 폐쇄적이고 변화를 싫어한다”며 습관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보수의 본래 뜻과 거리가 멀다. ‘보수’는 한 단어로 읽고 쓰기보다는 ‘보(保)’하고 ‘수(守)’하는 뜻으로 음미해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수’는 가령 대구의 자부심인 국채보상운동 같은 역사와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며 지키는 태도이고 ‘보’는 ‘서로 도와서 왕성하게 기른다’는 뜻이다.
상징성 높은 수성갑 선거가 새누리당으로서는 텃밭 지키기, 새정치연합으로는 야당 교두보 확보라는 좁은 틀을 넘어 오직 ‘실력’으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되도록 지역 정치권부터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보수 도시 대구’라는 인식이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개방적 도시라는 매력과 호감을 낳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