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삼시 세끼’와 더불어 인기를 끈 예능 프로그램은 SBS ‘아빠를 부탁해’였다. 남자 연예인 4명이 자신의 딸과 집에서 보내는 24시간을 관찰해 부녀 관계를 재조명한 프로다. “아빠는 내 생일도 기억 못할 것”이라는 배우 조재현 딸의 충격 발언과 함께 우리 시대 다양한 아빠의 모습을 담았다. 2008년에 나온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언제나 곁에서 우리를 보살펴주는, 그래서 독자적 존재라는 사실을 잊었던 어머니의 인생을 그렸다. ‘아빠를 부탁해’는 가족 관계에서 엄마에 비해 소외당하던 아버지 쪽에 조명을 비췄다.
▷관객 수 1381만 명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도 6·25전쟁 이후 고난의 현대사 속에서 억척스럽게 가족들을 지킨 아버지의 인생을 그렸다. ‘국제시장’의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가족과의 소통은 별로인 가부장적인 아버지라면 요즘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상(像)은 가족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다정한 아빠가 아닐까. 배우 송일국의 육아일기나 요리하는 차승원, ‘아빠를 부탁해’의 인기가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