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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 러 시한부 소녀의 힘겨운 설

입력 | 2015-02-23 03:00:00

생존율 최고 30%… 한국서 투병생활… 치료 멈추면 6개월 인생… 비용 막막
국내 외국인-대학생 모금 나서




무슬림 시한부 소녀 카밀라 베케예바 양이 소아암 진단을 받기 전 러시아 고향 집 앞에서 찍은 사진. 베케예바 양 어머니 제공

소녀는 얼굴에 종이가방을 뒤집어썼다.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소녀는 종이가방으로 얼굴을 가린 채 휴대전화 플래시를 터뜨렸다. ‘찰칵.’ 소녀는 친구에게 “이게 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야”라며 두 달 전 사진을 보냈다. 14세 무슬림 소녀 카밀라 베케예바 양은 사진 찍는 게 싫다. 사진 찍는 일은 3년 전까지 소녀가 가장 좋아하던 일이었다. 친구와 함께 고향인 러시아 카라수크 시내를 돌아다니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하지만 소녀는 이제 자신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는 게 싫다. 거울을 보는 것마저도 싫다. 2012년 희귀병인 유잉 육종 소아암 진단을 받은 뒤 머리카락도, 눈썹도, 속눈썹도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온몸이 퉁퉁 붓기도 했다.

생존 확률이 최고 30%인 소녀는 지난해 8월부터 어머니인 스베틀라나 베케예바 씨(40)와 함께 한국에 머물고 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소아암병동이 한국에서의 보금자리다. 러시아 의료복지재단이 백방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한양대병원만이 유일하게 소녀의 병을 치료하겠다고 나섰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러시아어밖에 하지 못하는 모녀가 언어장벽을 무릅쓰고 낯선 타국 땅을 찾은 이유다. 일용직을 전전하는 소녀의 아버지는 치료비를 벌기 위해 러시아에 홀로 남아 있다. 당초 치료비는 1억 원 정도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치료비만 1억1000여만 원. 병원 측은 여기에 최대 1억 원까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료를 멈추면 소녀는 길어야 6개월밖에 더 살 수 없다. 소녀의 부모는 러시아 의료복지재단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우리 돈으로 8000여만 원을 갖고 한국에 왔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국내 무슬림들이 1800여만 원을 모금해 보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무슬림들의 모금활동을 본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나영 씨(21·여) 등 한양대 학생 10여 명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김 씨는 “무슬림들과 함께 카밀라가 직접 그린 그림을 판매하는 방법으로 모금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원 문의 한양대병원 사회복지팀 02-2290-9440, 1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