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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얼굴 바꾸고 성능 올리고… 독일車와 경쟁 되겠는데

입력 | 2015-02-24 03:00:00

[석동빈 기자의 DRIVEN]현대차 i40




하루에 100통이 넘는 이메일이 편지함에 쌓인다. 며칠만 놔둬도 정리하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일괄 삭제를 하고 싶어도 그중 2, 3통은 알토란 같은 신차(新車) 관련 내용이어서 확인은 필수다. 암탉이 알 낳는 것도 아니고 신차가 하루에 몇 대씩 새로 나온다고?

그런데 사실이다. 완전 신차가 1주일에 한 대 이상은 나오고 연식 변경, 성능 개선, 스페셜 에디션 모델에다 사진행사, 시승회, 해외 출시, 심지어 렌더링 이미지 공개까지 사연도 다양하다.

2월 초, 신차의 홍수 속에서도 눈길이 가는 이메일이 하나 있었으니. 거기엔 ‘더 뉴 i40,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 최초 적용’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전반적인 성능 개선과 함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7단 DCT가 최초 적용된 유럽형 중형차.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기자라면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수동변속기를 자동화한 DCT는 변속 스피드가 빠르면서도 충격이 적고 동력 손실도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감성품질이 높아진 ‘i40’

며칠 뒤 i40 살룬 디젤 모델 시승차가 동아일보 주차장에 도착했다. 놀란 토끼 같은 얼굴의 하얀색이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성형외과를 거친 미인들이 모두 비슷한 느낌을 주듯, i40는 현대차에서 운영하는 ‘남양 성형외과’ 출신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기존 모델과는 달라졌지만 성형수술 한다고 모두 미인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입증해 보였다. 눈매가 차분해져서 좋긴 한데 어색한 쐐기스타일 차체는 그대로였고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이나 뒤태는 아니다. 그냥 무난하고 평범함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외모와는 달리 기대하지 않은 촉촉한 감촉이 전달됐다. 정교하게 제작된 오르골 상자를 여는 느낌이랄까. 치합이 잘 맞으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여닫히는 손맛. 1억5000만 원을 넘는 럭셔리 세단만큼은 아니어도 3000만 원 수준의 기대치는 훌쩍 넘어섰다. 차의 만듦새는 확실히 성숙했다.

실내 디자인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 직선 형태로 바뀐 현대차의 디자인과 달리 새가 날갯짓 하는 형태의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차분함이든 역동성이든 취향이라 어떤 방향이 좋다고 하긴 어렵지만 새 차에서 나는 싸구려 화공약품 냄새는 여전했다. 그럭저럭 봐줄 만한 외모와 높아진 감성품질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후각을 쥐어짜는 석유화학제품 냄새는 기껏 높아진 점수를 깎아먹었다.

현대인 듯 현대 아닌 현대 같은 i40

신차 냄새에 머리가 띵한 상태여서 언짢은 기분으로 운전을 했지만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기계적인 성능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선보러 나갔는데 평범한 외모에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싸구려 향수를 끼얹은 여성이 나와서 무슨 핑계라도 대고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대화할수록 드러나는 고운 품성과 인문학적 소양에 반해 조말론 ‘신상’ 향수라도 선물해 주고픈 마음으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1.7L급 디젤엔진의 회전 질감은 부드러웠다. 골골거리는 디젤엔진 소음도 상당히 잘 방어해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포함해 4기통 디젤엔진 승용차 중에서는 상위 10% 안에 드는 정숙성이다. 목소리가 곱다는 뜻이다.

공회전 상태에서 직접 측정한 소음은 42.7dB. 일반 중형 디젤 승용차가 47dB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한 차원 높은 정숙도를 보인 셈이다. 가속 중에도 소음은 경쟁 모델보다 확실히 낮았다. 하지만 몸으로 전달되는 디젤엔진의 진동은 보통 수준이어서 아쉬웠다.

가속력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1.7L 엔진에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나.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아반떼급과 비슷한 10.9초로 측정됐다. 더 빠를 수 있었지만 DCT 보호모드가 작동해 초반 가속이 특이하게 느렸다. 인상적인 것은 제동거리였는데 시속 100km에서 급정지를 반복한 결과 평균 37.5m가 나왔다. 출력은 아쉬운 듯 아쉽지 않은 정도지만 정지 능력만큼은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직접 측정한 연료소비효율(연비)은 교통 정체 없는 서울 도심에서 L당 14.3km, 시속 100km 정속주행은 L당 22.4km가 나왔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가 들어가 연비가 10% 높아졌다지만 놀라운 수치가 나오진 않았다. 예상한 만큼의 연비다.

운전 재미와 안정감은 동급 최고

이번 i40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세 가지는 7단 DCT와 구동선회 제어시스템(ATCC), 그리고 개선된 D스펙 서스펜션이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가 국내 기술로 개발한 DCT는 첫 작품치고는 완성도가 괜찮다. 다운시프트는 신속하고 동력 직결감이 좋아서 수동변속기의 맛을 제법 살려준다. 다만 급가속할 때 1단 반클러치의 처리가 세련되지는 못하다. 1단을 제외한 전체적인 기어변속은 매끄러운 편이다. 가속페달 떼고 관성 주행을 할 때 계속 클러치가 물려 있어서 저항이 많이 걸리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관성 주행 때 클러치를 자동으로 풀어줘서 주행 저항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코스팅’ 기능의 부재가 아쉽다.

ATCC는 재미있는 장치다. 커브길에서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빠르게 달릴 때 앞 브레이크에 선택적으로 제동을 걸어 선회 능력을 높여준다. 이때 운전대를 꺾은 양보다 차의 앞머리가 살짝 더 돌아가는데, 차체의 밸런스가 좋아 핸들링이 뛰어나다는 느낌보다는 억지로 뭔가 돌려준다는 이질감이 살짝 감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40의 전체적인 핸들링과 고속주행 안정성은 독일 브랜드 준중형차 수준에 어느 정도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전면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넣는 등 소음 차단 대책을 강화하고 차체 강성도 높였으며,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서스펜션으로 시속 180km에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한 레벨에 올랐다.

결론적으로 i40는 몇 가지 단점이 보이긴 하지만 근본이 좋아서 정 붙이고 결혼해 살아도 될 만한 신붓감이다.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