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최고경영자(CEO) 장동현 사장
올해 초 SK텔레콤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장동현 사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법원으로부터 금지 결정을 받은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광고 논란이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질 조짐인데다, 과다 리베이트(판매장려금)에 대한 제재도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광고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달 SK텔레콤이 판매용 단말이 아닌 체험용 ‘갤럭시노트4 S-LTE’로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를 발표하고, 관련 광고까지 했다며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SK텔레콤에 관련 광고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SK텔레콤이 낸 이의 신청 및 광고 금지 집행 정지 신청은 기각했다. 이쯤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세계 최초 상용화 광고 논란은 KT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추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면서 전선을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제재도 SK텔레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단독 조사를 받았다. 지난 달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 등을 중심으로 최고 50만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그 중 일부가 불법 보조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사업자를 단독으로 조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어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달 SK텔레콤에 대한 징계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세계 최초 광고와 리베이트 논란 모두 장 사장 취임 직후 불거진 것이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새 CEO가 취임하면서 SK텔레콤이 무리수 마케팅을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과 알뜰폰 약진 등 시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신 성장동력을 찾기보단 점유율 50% 수성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렇게 연관짓기는 어렵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올해 관련 업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인사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장 사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30년을 내딛은 첫 해’ 시작부터 불거진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