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지금 해 놓은 복지만 해도 10년이 지나면 어마어마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처음부터 선별적 복지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16일 인촌 김성수 선생 6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직후 동아일보 배인준 주필과 가진 환담에서 꺼낸 발언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고언(苦言)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92조 원이던 정부의 복지 예산은 올해 115조 원으로 4년 만에 23조 원이 늘어났다. 반면에 국세 수입은 2012년부터 3년 동안 22조 원이 덜 걷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인구 고령화와 생산 가능인구 감소로 국가 채무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 2030년에 2000조 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국가 재정이 빠르게 증가하는 복지 예산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현재의 복지체계는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주도권을 장악한 친박(친박근혜)계가 야당과 무상복지 경쟁을 벌이면서 포퓰리즘 성격을 띠게 됐다. 같은 해 7월 0∼2세 전면 무상보육이 재정 부족으로 시행 넉 달 만에 중단 위기를 맞았을 때 무상보육의 수정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과 정부가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는 무상보육 대상을 3∼5세로 전면 확대하는 누리과정 공약을 통해 보편적 복지의 규모를 더 키웠다. 새누리당과 새 내각의 고위층 인사들이 25일 처음 개최하는 고위 당정청 정책협의회는 복지 재정의 암울한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펴낸 회고록 내용 중에는 자기변명적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5년간 국정 운영을 통해 체득한 복지 문제나 세종시의 불편한 진실에서 무엇을 취할지는 현 정부의 자세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