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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가게 점원에서 PGA 챔피언까지… 제임스 한 ‘인생역전’

입력 | 2015-02-24 06:40:00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노던트러스트 6언더파 278타 연장V

2003년 대학졸업 직후 프로골퍼 입문
성적부진 3개월만에 접고 판매원 전전
2007년 재도전…올해 꿈꾸던 PGA 첫승
“3주 후 태어날 딸에게 큰 선물이 됐다”

구두가게 점원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까지…. 재미동포 제임스 한(34·한국명 한재웅)이 12년 만에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제임스 한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펠리세디스의 리비에라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노던트러스트오픈(총상금 67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6언더파 278타를 적어내 더스틴 존슨(미국), 폴 케이시(잉글랜드)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첫 번째 홀과 2번째 홀까지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4번홀(파3)에서 펼쳐진 3번째 승부에서 제임스 한은 약 8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우승트로피와 상금 120만6000달러(약 13억4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프로 데뷔 12년 만에 이룬 PGA 투어 첫 우승이다.

제임스 한은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세 때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떠났고, 4세 때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9세 때부터는 본격적인 골프선수로 나서서 좋은 성적을 냈다. 12세 이전 주니어대회에서 20차례 이상 우승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03년 UC버클리(미국학 전공)를 졸업하자마자 프로골퍼가 됐지만, 성적 부진으로 3개월 만에 선수생활을 접었다. 경제적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이후 그는 잠시 광고회사에 다녔고, 구두가게 점원과 골프용품 판매원 등으로 일했다.

다시 골프를 시작한 것은 3년 만이다.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다시 한번 프로골퍼의 꿈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1년 동안 9개 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금은 818만원이 고작이었다. 시드를 잃은 그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역별로 개최되는 미니투어와 2부투어, 캐나다투어를 전전하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다.

웹닷컴투어 3년차이던 2012년 그는 렉스호스피털오픈 우승과 함께 상금랭킹 5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꿈에 그리던 PGA 투어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해 대학 때부터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면서 제2의 인생도 시작했다.

수년 동안의 밑바닥 생활은 제임스 한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국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겸손함을 알게 했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골프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들었다. 더 많은 걸 생각하게 했던 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국내 골프팬들에게 차츰 이름을 알린 것은 2013년이다. 32세의 나이로 루키 시즌을 맞은 그는 2월 피닉스오픈 경기 중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성공시킨 뒤 가수 싸이가 했던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춰 화제가 됐다.

제임스 한은 “놀랍다”며 말문을 연 뒤 “폴 케이시와 더스틴 존슨 같은 훌륭한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다. 3주 후 태어날 딸에게 큰 선물이 됐다”며 기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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