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스포츠동아DB
“내 빈자리 메워준 동료들이 출전해야 맞다”
“(박)주호 형은 소속팀 말고 국가대표팀 이야기만 물어보면 돼요.”
13일(한국시간)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원정이 끝난 뒤 지그날 이두나 파크(도르트문트 홈구장) 믹스트존에서 만난 구자철(26·마인츠)의 농담이었다. 그의 말대로 올 시즌 박주호(28·사진)의 팀 내 공헌도는 썩 높지 않다. 최근 1년 새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을 연이어 소화한 까닭에 대표팀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정도다.
이날 마인츠는 3-1로 지역 라이벌을 꺾었고, 구자철은 후반 교체로 투입돼 10여분간 그라운드를 밟았기에 박주호 입장에선 더욱 아쉬웠다. “팀의 배려로 2차례 국제대회를 잘 치르고 돌아왔다. 이제는 소속팀에 보탬이 될 차례다”라고 다짐한 터이기에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아쉬움은 분명 있어도 조급하거나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나친 부담이나 조급함은 부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주호는 “작년부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초조하게 생각하면 경기 중 무리하게 되고, 예기치 못한 부상이 닥칠 수 있다. 그냥 천천히 컨디션을 조절하며 언제든 투입될 수 있게끔 준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자신이 연이은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운 시간 동안 희생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도 있다. “내가 없을 때 빈 자리를 메워준 친구들이 출전하는 게 맞다.”
긍정적인 것은 또 있다. 월드컵에서의 깊은 상처를 치유했다는 점이다. 박주호는 “(매끄럽지 못했던) 월드컵 출전 과정과 부상 등 날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일들로 심적 상처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아시안게임에서 마음의 짐을 덜었고, 아시안컵에선 나와 한국축구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마음이 가볍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마인츠는 28일 호펜하임 원정을 떠난다. 이 경기에 박주호와 구자철이 출전하게 되면 A대표팀 후배인 김진수(호펜하임)와 또 한 번의 ‘코리안 더비’를 펼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