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 감독(왼쪽)을 빼놓고 우리은행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은행이 한동안 꼴찌에 머물던 ‘흑역사’를 딛고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란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던 데는 위 감독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위 감독이 23일 KDB생명전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신선우 WKBL 총재직무대행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춘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카리스마 위성우 감독의 우승 소감
위 감독 소감 들은 선수들 흐뭇한 반응
양지희 “달라진 감독님, 배려도 해줘요”
박혜진 “훈련땐 미웠는데 우승 안겨줬죠”
“선수들에게 진짜 고마운데, 내가 이 말을 했다면 믿을지 모르겠네요.”
우리은행 위성우(44) 감독은 재미난 우승 소감을 남겼다. 그는 “경기 준비는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함께하지만, 결국 승부는 선수들이 책임진다. 지난 3시즌 연속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선수들이 그만큼 잘해줬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가장 고마운데, 내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하면 선수들이 믿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위 감독이 그런 말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을 몰아쳤다. 또 강력한 카스리마로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선수들을 다그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에 오른 직후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마다 헹가래 직후 우리은행 선수들은 위 감독을 발로 밟으면서 그동안의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 이날은 정규리그 우승 확정이었기 때문에 위 감독을 밟는 세리머니는 재현되지 않았다.
위 감독의 소감을 전해들은 선수들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양지희는 “감독님이 많이 바뀌셨다. 이전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훈련할 때 나이도 배려해주셨다. 하지만 연승을 마감하고 팀이 안 좋을 때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끔 뜬금없이 화를 내시는데, 예민하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박혜진은 “솔직히 운동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감독님이 밉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하지만 연습할 때 그렇게 고통스러운 게 경기장에선 승리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며 “첫 해에는 감독님이 진짜 미웠는데, 지금은 감독님이 설명하시고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잘 받아들이고 있다. 감독님이 많이 바뀌셨다”며 웃었다.
우리은행의 다음 목표는 3연속 통합 우승이다. 위 감독은 “정규리그 4경기가 남았는데, 챔프전을 대비한 경기력 유지와 상대에 대비한 훈련을 겸해 치를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신한은행, KB스타즈 모두 이번 시즌 우리를 많이 괴롭혔던 팀들이다. 우리가 확실히 앞선다고 할 수 없다. 두 팀의 플레이오프(PO)를 보면서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맏언니 임영희는 “PO에서 어떤 팀이 올라오든지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 상대가 어떤 팀이 되느냐보다는 우리 스스로 챔프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