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계단식 차밭- 화순 다랑논,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 신청
전남 보성군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는 국도 18호선 주변 산비탈을 따라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녹차밭이 펼쳐진다. 전남도는 이곳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 ‘녹차 수도’라 불리는 전남 보성에서 차 재배가 시작된 건 통일신라시대부터다. 보성군 득량면 일대에는 수령 1500년이 넘는 차나무가 있을 정도로 보성은 오랫동안 국내를 대표하는 차 생산지였다. 1939년에는 전국 최초로 활성산 자락에 30ha의 대규모 차밭이 만들어졌고 1970년대에는 계단식 차밭 500여 ha가 조성됐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제주도, 경남 하동, 사천 등지와는 다르게 보성은 계단식 녹차밭을 유지하고 있다. 찻잎을 따고 덖는 등 고단한 일을 주민들이 나눠서 하는 자발적 지역공동체는 농업 유산으로 가치가 높다.
○ 전통 농어업 자원 발굴
농도(農道) 전남이 역사성과 보전 가치가 높은 농업 자원을 발굴해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전통 농어업 자원을 보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하기 위해서다.
농식품부는 농업유산을 2013년부터 매년 2곳씩 선정하고 있다. 농업유산에 선정되면 보전·관리 사업비로 3년간 15억 원(국비 70%, 지방비 30%)이 지원된다.
○ 농업유산 등재 프로젝트
전남은 현재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4곳 가운데 3곳을 보유하고 있다.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을 비롯해 구례 산수유 농업과 담양 대나무밭 등이다. 나머지 1곳은 제주 흑룡만리 돌담밭이다. 이 중 청산도 구들장 논과 흑룡만리 돌담밭은 지난해 4월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 지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도 등재됐다.
농식품부는 2020년까지 국가중요농업유산 25곳을 지정하고 이 중 10곳 이상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전남도는 2013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남도중요농업유산 제도를 만들었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농업유산을 찾아내 보전하고 국가중요농업유산과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다. 전남 22개 시군에 농업유산 담당자가 정해지고 이들이 각 지역에 숨겨져 있는 농업유산을 발굴했다. 바다와 갯벌에서 전해 오던 어업유산도 함께 발굴하면서 지역 농어업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전남도가 지정, 관리하고 있는 농어업유산은 신안 갯벌 염전, 장흥 개매기 어장, 무안 회산 백련지, 영광 염전, 고흥 김 양식장 등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