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청문회 발목 잡은 ‘박종철 사건’ 27년전 국감보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은 당시에 모든 것을 바람직하게 수사해 나가려고 했는데 결국 상부 지시로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1988년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평화민주당 조승형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수사했던 안상수 검사(현 창원시장)에게 한 얘기다. 검찰 출신인 조 의원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평민당 소속 법사위원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안 검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야당 소속인 조 의원은 박종철 사건을 덮으라고 압력을 넣은 국가안전기획부가 주도한 ‘관계기관대책회의’를 비판하면서도 검찰 수사팀에 대해선 “(수사를) 굉장히 잘한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 막내검사였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59)는 정작 27년 뒤 평민당 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로 국회 인사청문회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의 박종철 사건 수사 경력을 문제 삼아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청문회 개최를 거부하고 있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계속 지연되자 대법원은 신영철 대법관 퇴임 이후 엿새 동안 ‘대법관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 막내검사였던 박 후보자가 대책회의의 존재와 압력을 알고도 숨겼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책회의는 검사장인 정구영 서울지검장조차도 1988년 국정감사에서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말했을 만큼 검찰 최고위층만 아는 존재였다. 당시 수사팀 일원이었던 안상수 검사도 1988년 국정감사에서 “대책회의의 존재는 사건 이후 신문에서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