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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이 남긴 단칸방 보증금 100만원 누가 받나

입력 | 2015-02-24 03:00:00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진짜 복지이야기]




상속인이 분명치 않은 사람이 사망하면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상속재산 관리인 선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홀로 사는 한 할머니가 연탄불을 지피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상훈 변호사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설 연휴 기간인 22일 서울 은평구 한 주택 단칸방에서 홀로 살던 김모 씨(75·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홀몸노인이었다. 평소 자식이나 친척들이 방문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집주인인 이순실 씨가 4년째 김 씨에게 반찬거리도 주면서 돌봐주고 있었다. 김 씨는 사망 후 단칸방 보증금 100만 원을 남겼고 주위에서는 김 씨의 자식이나 상속인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이 씨는 100만 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상태이다.



○ 상속인 분명치 않으면 재산관리인 선임


우리 주변에서 홀몸노인들이 사망한 뒤 며칠, 심지어 몇 달 만에 발견됐다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올 설 연휴 기간에도 홀몸노인 사망 기사가 여러 건 보도되었다. 2014년 통계청 가구 추계에 따르면 전국의 노인 인구가 총 638만5000여 명이고 이 중에서 홀몸노인이 131만6000여 명으로 노인 4명 중 한 명이 홀로 사는 어르신이라 한다.

홀몸노인이 급속히 증가하는 이유는 빠른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가족 형태가 핵가족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식과 따로 사는 노부부 가구가 많이 늘어났고 이들 노부부 가구 중에서 배우자와 사별해 발생하는 홀몸노인이 전체 홀몸노인 가운데 70% 정도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홀몸노인들이 가족 체제와도 점차적으로 단절됨에 따라 은둔형으로 고착화되는 경우이다. 생전에는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주거 환경도 열악하고 소득도 마땅치 않아 힘들게 산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족 친족과 떨어진 채 오랜 기간 방치되다 보면 혼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무연고 사망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홀몸노인의 고독사다.

이런 경우 남겨진 재산은 어떻게 처리될까. 물론 재산이 많지는 않다. 소액이라도 보증금이 있으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대부분은 소액의 통장 잔액, 현금 약간과 낡은 물건이 전부다. 당장의 장례비용으로 지출되면 끝이다. 그런데 장례를 치른 뒤 약간이라도 돈이 남을 수 있다. 포기하자니 아깝고, 아무나 가지기엔 찜찜하다.

상속인이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재산 처리는 상속재산 관리인을 선임하는 절차부터 시작한다. 만일 연락되는 친인척이 전혀 없다면 법원에 상속재산 관리인을 선임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이해관계인이면 된다. 위의 사례에서는 이 씨처럼 고인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이해관계인 자격에서 청구할 수 있다.

법원으로부터 상속재산 관리인이 선임되면 이후부터는 상속재산 관리인이 업무를 처리한다. 상속재산 관리인은 한편으로는 일반 상속채권자와 유증 받은 자가 있으면 자신에게 신고하라고 공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속인이 있으면 자신에게 신고하라고 공고한다.



○ 상속인 등 없으면 특별연고자가 청구권

이렇게 공고를 다 했는데도 신고하는 채권자와 상속인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법에서는 특별연고자제도를 두고 있다. 특별연고자란 법률상 상속인은 아니지만 상속인과 생계를 같이하고 있는 자(사실상의 배우자나 사실상의 양자), 피상속인을 요양 간호한 자, 기타 피상속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던 자를 말한다. 이 씨의 경우 4년째 김 씨를 돌봤으니 특별연고자가 된다.

상속인도 나타나지 않고 채권자도 신고하지 않으면 특별연고자가 상속재산을 자신에게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전후 사정을 종합해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특별연고자에게 주라고 결정한다. 그런데 특별연고자의 청구까지 없다면? 그러면 상속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상당히 복잡한 행정 절차다. 다행히 돌봐줄 가족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나 무연고자·장애인이 사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와 이웃이 나서 장례 절차는 물론이고 이러한 유류품 처리 절차까지 지원하는 공영장례제가 각지에서 시도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이 먼저 시작한 공영장례제를 광주 서구에서 이어 받았다. 또 다른 지자체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제도가 점차 확대돼 가족 없는 기초수급자나 홀몸노인들이 떠날 때라도 외롭지 않게 도와주었으면 한다.

이상훈 변호사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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