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범 박사의 재미있는 수면이야기

명절에도 고달픈 공무원시험 준비생들 지난해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 서울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에서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모여 추석 특강을 듣고 있다. 졸음을 쫓으려고 강의실 뒤쪽에서 선 채로 강의를 듣는 학생도 보인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심한 졸음이 특징인 기면증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많다. 기면증은 대개 중고등학교 무렵에 시작된다. 그러나 그 연령대에는 성장이 왕성하기 때문에 수면요구량도 많다. 밤늦게 다른 일을 하다가 늦잠을 자는 일도 잦다.
급우들 중에 수업시간에 졸고 쉬는 시간에 자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졸음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졸음을 많이 느끼고 수업 시간에 더 많이 조는 것은 잠을 충분히 못 잤거나 내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정신을 차리면 졸음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뿐 아니다. 졸음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수면질환으로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자다가 호흡이 힘들어지면서 뇌가 깊은 잠을 자지 못 한다. 8시간 자더라도 제대로 된 수면 시간은 4시간도 안 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낮 동안 졸음을 측정하는 검사를 해 보면 기면병 환자 수준의 졸음을 보인다. 환자는 나름대로 하루에 커피 4, 5잔을 마시고 낮 동안 짧은 낮잠을 자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심한 졸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 한다.
낮에 잠이 들어야 졸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에 집중하기 힘들 때, 참을성이 없어지고 쉽게 짜증을 낼 때, 걸어다가 주변 사람이나 가구에 부딪힐 때, 의욕이 없고 우울한 기분이 들 때도 ‘졸음’과 ‘수면부족’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졸음이 있으면 뇌기능이 떨어지면서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졸음이 심할 때 카페인 함유 음료를 반복적으로 마시는 것은 카페인에 대한 내성을 늘리고 금단증상을 유발하며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면시간을 7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수면 중 코골이와 무호흡증이 없는 지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졸음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코슬립수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