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남정우. 사진제공|남정우
무명배우 남정우(33)가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했다.
남정우가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사일런스’에 출연한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무명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 그것도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거장의 작품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처음이다.
대학로 극단 학전 소속으로 2006년 연극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남정우는 그동안 ‘명성황후’ ‘이’ 등의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왔다. 지난해 영화 ‘빅매치’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남정우는 스콜세지 감독이 일본 소설 ‘침묵’을 영화로 옮긴 ‘사일런스’를 연출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2012년부터 3년간 꾸준히 출연을 타진해왔다.
먼저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프로필을 영화사에 전달했지만 답변이 없자 2013년 직접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제작진과의 미팅을 추진했다.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사일런스’가 대만서 촬영을 시작한다는 뉴스를 보고, 올해 1월 말 현지로 향했다.
약 보름동안 똑같은 일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오디션 기회를 얻은 그는 극적으로 ‘사일런스’ 출연 기회를 잡았다.
현재 타이베이에 머물고 있는 남정우는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시체나 얼굴도 보이지 않는 행인으로라도 꼭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며 “영화 출연이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정우가 ‘사일런스’ 출연에 매달린 데는 이유가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연극반에서 활동하며 처음 연기를 시작한 그가 처음 참여한 연극이 ‘침묵’이었다.
남정우는 “당시 공연했던 ‘침묵’이 내 인생을 바꿨다”며 “그때 내 전부를 걸고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켓을 들고 서 있을 때 대만까지 와서 뭐 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기회를 얻었다”며 “나중에 스콜세지 감독이 나중에 수고했다고 포옹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