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AK-74 소총의 탄환을 막을 수 없음. 혼자서 입거나 신속하게 벗을 수 없음. 어깨보호대가 사격을 방해함.’
2009년 S사의 방탄복에 대해 육군 특수전사령부 직할 대테러부대인 707대대가 내린 결론이다. 707대대는 특전사 군수처 지시에 따라 S사의 방탄복을 시험 운용한 뒤 “모든 면에서 전투에 부적합하다”는 평가 결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이듬해 S사는 멀쩡히 납품업체로 선정됐고, 2010~2012년 세 차례에 걸쳐 방탄복 2062벌(13억1000만 원 상당)을 특전사에 공급했다. 최전선에서 대테러·대침투 임무를 수행하는 특전사 장병들에게 북한군의 개인 화기에 관통당하는 불량 방탄복이 보급된 것.
배후에는 평가 결과를 중간에서 조작한 장교들이 있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특전사 군수처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 5월 S사 방탄복의 시험평가 결과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전모 대령(49)을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전 대령은 특전사령관에게 제출할 부대운용시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707대대가 보내온 ‘부적합’ 의견은 빼버린 채 3공수여단 명의로 실시한 적도 없는 시험평가 결과를 꾸며 ‘적합’ 의견을 첨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S사는 조작된 보고서를 토대로 방탄복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합수단은 전 대령이 보고서를 조작한 동기를 조사해 S사에서 금품이나 이권을 약속받은 혐의 등이 드러나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전 대령과 같은 부서에 근무하며 범행을 도운 혐의로 이달 초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박모 중령(43)도 조만간 기소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불량 방탄복 문제가 제기되자 성능이 개량된 방탄복을 전군에 다시 보급하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