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장
먼저 경남도와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 갈등. 홍준표 도지사의 ‘감사(監査) 없는 예산 없다’로 시작된 전쟁은 서로의 살림살이까지 간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대 기관 불용예산 규모 공격, 상대 기관 감사 결과 공개 촉구 등 진흙탕이다. 성명서를 통해 상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인다. 홍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은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지만 전체적으로는 ‘도긴개긴’이다. 우리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최근에는 경남대지방자치연구소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신뢰성 공방이 벌어졌다. ‘선별급식’을 지지하는 도민이 77%라고 밝혔으나 설문 대상에 50대 이상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된 때문이다. 급식 갈등은 개학을 맞아 한층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4월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할 방침. 학부모들이 흔쾌히 돈을 낼 가능성은 낮다.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홍 지사의 시군 순방 과정에서 생긴 지역교육장들과의 ‘진실공방’은 수사기관이 진위를 가려야 할 처지다. 낭비적인 일이다.
경상대의 한 교수는 “양의 해를 맞아 덕담을 나누고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툭하면 다투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의미를 새겨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원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언론 지방의회 시민사회단체의 견제와 감시, 조정기능의 결핍이 간접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난장판이 길어지지만 이를 조정할 경남 출신 국회의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도의회는 존재이유를 잊은 듯 손을 놓고 있다. 각 기관의 정무직들은 전위대로 만족하는 모양이다. 윤한홍 경남행정부지사, 전희두 경남부교육감, 박재현 창원1부시장 등은 행정고시 비슷한 기수다.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철학과 정책의 차이는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면 된다.
무엇보다 신명나게 일하며 도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들이 소모전에 내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머슴이 하루 종일 낯을 찡그리고 있으면 주인도 맘 편할 리 만무하다. 도민들의 피로는 극에 달했다. 설 민심이 그랬다. 더 분노하기 전에 칼을 내려놓아야 한다. 바둑이든 인생이든 선수(先手)가 이길 확률이 높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장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