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루뱅가톨릭대 소속의 벤 베르메르케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과 쥐의 인지학습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실험실 쥐들과 학생들에게 두 가지 과제를 부여했다. 이 연구팀은 먼저 ‘좋은’ 패턴과 ‘나쁜’ 패턴을 구별하도록 쥐와 학생들을 훈련시킨 다음, 이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새로운 패턴에 적용하는 능력을 각각 측정했다.
첫 번째 실험과제에서는 ‘방향’이든 ‘간격’이든 패턴이 한 가지 측면에서만 바뀌었는데, 이 경우 쥐와 사람은 임무를 똑같이 잘 수행했다. 그런데 패턴의 변화가 방향과 간격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나타났던 두 번째 실험과제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쥐가 인간보다 과제를 더 잘 수행해낸 것이다.
최근 발행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에는 이 연구팀과의 인터뷰가 실렸다. 정말 쥐와 같은 설치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한 걸까? 경우에 따라서는 쥐가 인간에 비해 우월한 인지능력을 가진 것일까?
그는 “인간의 학습은 두 가지 방식 모두를 통해 이뤄진다”며 “규칙에 기반을 두고 판단을 내리는 인간의 시스템은 거듭 진화해 현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열매는 먹어도 되는지 등을 ‘규칙’을 통해 배우고 이후 복잡한 상황에서는 정보통합을 통해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규칙이 없는 곳에서 규칙을 찾으려는 습성이 강해서 인간은 때론 쥐보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베르메르케는 이어 “인간이 규칙을 찾으려는 성향에서 벗어나 정보통합을 더 잘하려면 규칙에 기반을 둔 뇌의 학습 시스템을 다른 과제로 바쁘게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우리와 비슷한 실험에서 1, 2단계 실험 중간에 숫자를 기억하는 과제를 하도록 했을 경우에는 두 번째 실험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