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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펑크 국채로 메워… “1990년대 日 재정절벽 닮아가”

입력 | 2015-02-25 03:00:00

국채잔액 507조… 재정위기 심화
기재부 “경제규모 커져 자연적 증가”… 전문가 “경기침체에 복지부담 겹쳐”
10년 이상 장기채 비중 50% 육박… “미래 세대에 부담 떠넘기는 것”




박근혜 정부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채권 발행은 고스란히 ‘나랏빚’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채 발행 잔액 507조2100억 원에 차입금 등을 더하면 전체 중앙정부 채무는 5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재정 건전성을 일부 훼손하더라도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지만 만성화 기미를 보이는 세수(稅收) 결손과 복지지출 부담을 해소하지 않은 채 빚만 끌어다 쓰면 후세대에 ‘부채 폭탄’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국채 발행 규모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60조5000억 원이었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98조 원까지 증가했다가 임기 말인 2012년 89조4000억 원으로 다소 줄었다. 반면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출범 이후부터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2013년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고채 발행 잔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24.8%에서 지난해 27.5%로 2.7%포인트 증가해 빠른 속도로 느는 국채 발행이 장차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국채 발행이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규모 증가에 따른 국채의 자연 증가분만으로는 국채 발행이 늘어난 이유를 전부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국세 수입 부진, 복지비 등 정부 지출 증가 탓이 크다는 것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재정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며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국세 수입은 매년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돈 나올 곳이 없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이후 수차례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하겠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기에 경직성 복지예산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재정을 압박했다. 그 결과 중앙정부의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뺀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11월에 이미 30조2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 곳간으로 들어오는 돈은 갈수록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05조5000억 원으로 예산 편성 당시 계획했던 216조5000억 원의 94.9%에 머물렀다. 이 비율(국세수입 진도율)은 2003년 이후 11년 만의 최저치다. 정부의 세수 결손도 2012년 2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10조9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올해도 3조4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해 발행된 국고채 중에서 10년 이상 장기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해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실제로 2011년 국고채에서 장기채 비중은 42.9%였지만 지난해에는 48.9%로 6.0%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기재부는 “단기물 위주로 발행하면 기존 국채 원금을 갚기 위해 새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데다 시장금리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추가 재정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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