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웃음과 감탄을 부르는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낳는다. 1998년 ‘타이타닉’으로 11개 부문을 휩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나는 세계의 왕이다!”라며 포효했고, 2003년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이 전쟁에 반대한다! 부시 대통령은 창피한 줄 알라!”고 외쳤다. 보통 45초 안에 소감을 끝내야 하는데 주요 수상자나 뭉클한 메시지가 나올 경우 2∼3분도 허용된다. 국내 영화제와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스타들이 ‘○○ 대표님, ○○ 감독님, 가족, 팬들’에 대한 감사 릴레이를 이어가는 뻔한 소감과 달리 그 자체로 짧지만 강렬한 퍼포먼스다.
▷어제 열린 제87회 시상식에선 성차별 이주민 자살 등 사회적 이슈를 녹인 뼈 있는 소감이 이어졌다.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버드맨’을 연출한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소감은 철학적이다. “진정한 예술은 비교할 수도, 꼬리표를 붙일 수도, 패배할 수도 없다. 모든 작품은 그 자체로 존재하며 늘 그렇듯이 시간만이 판단할 것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