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사물학2:제작자들의 도시’전
천근성 작가의 ‘고철로 만든 구형’(순환, 만물의 걸음걸이 2014). 서울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서 흔히 찾을 수있는 온갖 고철을 둥글게 뭉쳐 묶어 지구의처럼 내놓았다. 퍼포먼스 작품에 사용한 구조체 일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토머스 트웨이츠의 ‘토스터 프로젝트’(2009년). 대량 생산된 사물을 원재료 채취부터 가공까지 작가가 직접 해결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손주영 학예연구관은 24일 간담회에서 “작가가 내놓은 결과물과 그 제작 과정에서 형성되는 여러 관계에 대해 탐구했다”며 “삶의 실천적 문제를 고민하는 문화 연구 또는 기록 생산으로서 (예술) 제작이 갖는 가치와 사회적 기능에 주목했다”는 기획 취지를 밝혔다. 전시실에서 확인한 15개 팀의 작품은 이 언어와 맞물린 듯 맞물리지 못한 채 제각기 헛돈다.
언뜻 명징하지만 겉핥기에 그친 메시지다. 1970년대부터 대규모 철공단지를 형성한 문래동 기술자들과 2010년 이후 임차료 저렴한 작업실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든 예술가 그룹 사이에는 사실 골 깊은 갈등이 존재한다. 2013년 말에는 예술행사 이후 “임차료가 높아져 생계가 어려워졌다”며 예술가들과 관계 당국을 성토하는 상공인 집회도 있었다. 문래예술공장 프로젝트의 속내에는 이런 갈등을 봉합하려는 취지가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사회적 관계성에 대한 조명”을 강조했지만 섹션 어디에도 이 지역의 현실적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 또는 암시는 찾아볼 수 없다.
홀로 인공위성을 제작해 유명해진 송호준 씨가 사용한 여러 물품, 컴퓨터의 기본 작동 원리를 수제 작업으로 끄집어내 나열한 최태윤 작가의 ‘손으로 만든 컴퓨터’, 공산품 토스터를 직접 플라스틱 틀부터 손으로 빚어 만들어 본 토머스 트웨이츠의 ‘토스터 프로젝트’, 관람객 손으로 조작해 소리를 내도록 한 다이애나밴드의 ‘사물 행진’은 이날 미술관을 찾은 어린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낙동강 답사를 통해 제작한 생태도감 전시가 ‘사물학’이라는 주제와 어떻게 이어지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큐레이터의 긴 설명 중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인용할 단어는 없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